추석을 맞아 본가에 갔다.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다양한 추석 음식을 먹었는데 저녁은 뭔가 색다른 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집에 갑오징어가 있다고 해서 오징어 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요리는 영국에서 자취한 적이 있어 파스타를 잘 만드는 동생이 하기로 했다.
파스타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가는 길. 임신한 아내는 집에서 쉬고 나와 어머니 동생 그리고 코코가 길을 나섰다. 코코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주변에 처음 보는 게 많은 코코는 중간중간 걸음을 멈췄다. 구경하고 감탄하고. 한참 동안 걸었는데도 얼마 가지 못했다. 그러자 동생이 답답하다며 먼저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있겠다고 했다. 어차피 물건 고르는데 코코가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그러라고 했다. 코코와 나는 한참 후에야 마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생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했다. 평소에 걷는 속도보다 훨씬 느렸을 테니까. 하지만 성격 급한 나는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1년 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코코의 속도에 삶의 리듬을 맞추어 와서 그런 걸까.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건 당연했고 가는 길에 코코가 새로운 것들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자식을 키우며 삶의 리듬이 나 자신보단 자녀에게 맞춰지는 걸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였는데 이제 누가 질문한다면 고민이 될 것 같다. 사고가 났을 때 나보다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젠 좀 알 것 같달까.
삶의 관점은 늘 변해왔지만 가장 큰 변화는 코코가 세상에 태어난 후에 생긴 것 같다. 코코가 커나가는 것만큼 내 인생도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