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에 대하여 _ 육아일기 (D + 168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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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쯤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원래보다 2시간 빠른 시각이다. 미뤄뒀던 책이나 읽을 까 하다 아기 옆에 잠시 누웠다. 자는 얼굴이 참 평온했다.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꽉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데 갑자기 조그마한 아기가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산이나 아름다운 강과 같이 압도적인 경관을 봤을 때 느껴지던 경이로움이었다. 숭고한 느낌이랄까. 한참 동안이나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내 나이가 서른 살을 조금 넘겼지만 직장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며 내가 가진 가능성이 조금씩 닫혀감을 깨닫는다. 점점 사람의 크기가 작아지는 느낌. 가끔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지도 못할까 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에 반해 내 눈앞에 있는 아기는 나에 비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에 재능을 보일지, 컴퓨터를 가지고 코딩을 하게 될지, 헤어 디자이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 앞에 놓여진 가능성의 거대함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이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열리고 닫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부모로서의 무게감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6시다. 잠이 든 것도 아닌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있었다.


아이보다 작은 가능성을 가진 나는 오늘도 회사로 출근한다. 가끔 인생을 건 모험을 상상하곤 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늘어나는 요즘은 모험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 만이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고 나면 인생의 2장이 시작된다고 하는 데 맞는 말 같다. 내 자신의 가능성만큼이나 아이의 가능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나 이외에 다른 존재를 이만큼이나 사랑할 줄이야.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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