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연예인 고객들

by 치의약사 PENBLADE

그동안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서 치과 진료 일을 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유명 무명 연예인들과 연예인 지망생들을 치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부분 교정 치료나 앞니를 예쁘게 씌우기 위한 라미네이트 시술 케이스였지만, 가끔 치아나 치주에 문제가 생겨서 혹은 드물게 턱관절 통증 때문에 온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그 분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는데, 다들 무척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는 점이다. 우선 마취부터 무척 아파했고, 거의 모든 치료에 보통 사람 이상의 두려움을 느꼈으며, 치료 중간 중간에도 불안 때문에 몸을 가느다랗게 떨곤 했다. 치과 치료는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모두 환자의 입 안과 얼굴 여기저기를 터치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신체 반응도 금방 느끼곤 한다. 연예인 고객과 지망생들의 경우 대부분 치료 내내 그 반응이 무척 컸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자주 불편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왜 그러지? 일부러 까다로운 티를 내는 건가? 싶었는데 공통적으로 더 많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연예인들은 오감 등 감각 기관도 발달하고 직감이나 상상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발달해 있을 것이다. 섬세한 감정과 민감한 감각, 여러가지 뇌의 예민한 능력으로 감성과 예술적 기교를 표현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만큼 뇌신경세포도 바쁘게 활동하고 또 쉽게 지칠 수도 있다. 이렇게 예민한 뇌신경세포는 당연히 고통의 감각 역시 남들보다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때로는 고통을 유발할 것 같은 소리나 시각, 청각적 자극 (위이이잉 하는 기계 소리와 뭔가를 갈아내고 쨀 때 나는 소리) 에도 쉽게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결국 그들의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이 치과치료처럼 다소(?) 고통을 주는 치료에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과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셈이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호문쿨루스' 지도를 보면, 입과 혀가 차지하는 뇌의 면적이 등이나 다리 전체보다 훨씬 넓다. 가뜩이나 입안은 뇌와 가장 가까운 감각 기관인데, 연예인들은 이 감각 지도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고해상도일 것이다.


생각나는 사례들이 있는데, 어떤 분은 치과 치료 시작 전 마취 주사만 보고도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와서 급하게 자신이 다니는 정신과 병원에 전화를 걸어 복용중인 약을 추가로 먹어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인데놀이라는, 심장을 천천히 뛰게 만드는 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약을 먹고 나서도 좀 쉬기를 원해서 주위를 어둡게 만들어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그 후에 몇 번 오실 때는 점점 더 익숙해지셨지만 여전히 미세한 떨림은 남아 있었다.


치료 중간중간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오셨던 분도 계셨다.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의 여성분이셨는데 치료 중간중간 벌떡 일어나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오셔서 죄송하다고 치료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몇 번 왔다갔다 하시면서 연거푸 죄송하다고, 그래서 계속 괜찮다고, 마음껏 피우고 오시라고 말씀 드리고 중간중간 다른 환자분 치료를 하기도 했다. 피부도 하얗고 상당한 미인이셨는데 마스크를 쓰고도 담배 냄새가 계속 나서 살짝 골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 유닛 체어 구석구석 보시면서 여기 먼지 묻어 있다, 여기 깨끗하지 않다, 여기 잘 닦았냐 투덜(?)대시던 분도 계셨고, 치아 하나가 고름이 잡힐 정도로 계속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수술이 무섭다는 이유로 치아 뽑기를 거부하시고 계속 잇몸 치료만 하셨던 분도 계셨다. 교합 문제로 치아 조정이 필요하지만 치아에 손만 대도 무서워서 입을 다무시는 분도 계셨다. 또 생각나는 분 중 한 분은 심미적인 목적으로 라미네이트 보철을 해드렸는데 시간이 좀 지난 후 길이 조절을 원하셔서 오신 분이셨다. 나이가 들어 치주가 점점 안좋아져서 치아가 두드러져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그래서 아주 미세하게 길이를 조절해 드렸는데 너무 만족하셔서 오히려 내가 놀랐다. 이런 미미한 차이가 그렇게 중요했다고? 평생 내 입 안도 제대로 안들여다보고 사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자신의 극도로 예민한 기질, 때론 남이 보기에 유난 떤다고 볼 수도 있을만큼 까다로운 기질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는 연예인들을 보고 언짢은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예민하고 까다로운 면모는 그들의 재능, 능력, 삶의 여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나 직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끈기, 인내가 없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회성, 끈기,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과 안맞는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연예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곳, 오히려 그런 면모와 연결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인정해줄 곳을 찾는 일도 예민한 사람들이 인생에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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