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적응이다.

by 치의약사 PENBLADE

나는 지병 때문에 평생 자주 피곤하고, 졸립고, 흉통을 느끼고, 나이 들면서 심지어 잠도 제대로 못자다가 식습관을 바꾸면서 몸이 완전한 건강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일 반드시 하루에 몇 번은 흉통을 느꼈고, 식사를 한 후엔 너무 피곤하고 졸렸고, 특히 아침과 점심 식사를 한 후엔 그 흉통이 더욱 심해지곤 했다. 그런데 식사 습관을 바꾸면서 이 모든 증상이 싹 사라졌다. 지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몸에 맞게 식습관을 바꾸니 지병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식습관 수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아침과 점심을 굶는다. 아메리카노나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이 전부다. 설탕이 들어간 그 어떤 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원래 난 쓴 맛의 커피를 싫어했다. 그런데 당음료를 안마시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쓴 맛의 아메리카노를 계속 마시니 나중엔 이 독특한 쓴 커피맛을 즐기게 되었다. 커피 애호가들에겐 낯선 말이겠지만 그 정도로 나는 원체 쓴 맛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카페에서 모든 달달한 음료를 안마시게 되었고, 차 종류도 쓴 차 위주로 마신다. 아무래도 내 머리 속에서 쓴 맛과 건강의 느낌을 연결짓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많은 과학자와 의료인들이 추천하는 것은 이를테면 아침이나 점심을 꼭 먹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어라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일단 그건 나에겐 무리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먹으면 바로 엄청 피곤하고 졸립거나 흉통이 느껴진다. 오후 일정을 망쳐버리게 된다. 딱 하나 방법이 있다면 점심때 오로지 샐러드만 먹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해도 아예 안먹는 것보다는 활동에 부담이 간다. 그냥 아침 점심 싹 굶고 저녁을 맛있게 먹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아마도 점심때 샐러드를 조금만 먹고 저녁 역시 샐러드와 덜 자극적인 음식들을 적게 소식하는 것 등등이 있을 것이다. 그건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다. 식단을 바꾸는 것은 마약 중독 치료와도 같은 난이도라 나 역시 조금씩 더 나은 식습관을 목표로 노력중에 있다. 최종 목표는 아침이나 점심을 간단한 샐러드로 먹고 저녁 역시 소식하는 것, 저녁 이후에 완전한 금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미 중독 연구에선 음식 중독과 마약 중독을 비롯한 여러가지 중독이 뇌 속 같은 보상 회로 이상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중독의 강도와 금단 증상의 종류와 크기만 다를 뿐이다. 게다가 몸은 기계처럼 단순하지 않고 끊임없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거나 자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 변화를 꾀하는 역동적인 생물체이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몸을 바꾸는 시도 중 대부분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천천히 오랫동안 작은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를 누적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나도 그래서 평소 즐겨먹던 음식들, 자극적인 식당 음식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고 집밥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갑자기 좋아하는 음식을 끊으면 반드시 그 욕구가 남아 어느 날 하루 날잡아 자극적인 음식을 폭식하도록 만들곤 했다. 그래서 꾸준히 입에 좋은 음식도 먹고, 심심한 집밥도 먹는 것을 번갈아가며 실천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한 일이 내 몸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식당 음식이 전혀 그립지 않은 거다. 그리고 그냥 단순하고 담백한 음식들이 오히려 내 입맛을 더욱 자극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두부 부침과 두부 조림, 콩나물밥에 간장 뿌려 먹는 요리 같은 것들이다. 끈적한 노이즈를 제거하고 나니 그동안 가려져 있던 바닥의 희미한 그림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두부가 이렇게 맛있었다고? 콩나물밥과 양념 간장의 조화가 이렇게 자극적이었다고? 점점 내 혀는 맛의 해상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게 되었다.


어떤 식습관이 더 좋은지,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우리 몸 어딘가에 그에 대한 답이 새겨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외의 시도를 통해 자기 몸을 의외로 더욱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다만 갑작스런 변화, 극단적인 변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여러 다이어트 시도들이 있었고 그 중엔 탄수화물을 아예 끊는다든가 지방만 먹는다든가 등등 극단적인 시도들이 많았다. 우리 몸은 무엇보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뭐든 그렇게 극단적으로 변화 시키면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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