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의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 미술관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공간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대형 서점들은 아무래도 상업적 공간이라 수익성을 생각해서라도 마음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기 쉽지 않을테고, 공공 도서관들은 낡은 책들만 가득하다거나 편히 앉아서 읽기엔 하나같이 독서 테이블이나 책상들이 시험기간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것만 형태와 구조로 배치된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관리도 안 된 느낌이었다. 외국 여행, 특히 서유럽쪽 나라들을 돌아다녀보면 대형 서점, 도서관, 미술관들 모두 딱 거기 앉아 하루종일 책 읽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어 은근 부러워하곤 했다. 가까운 일본에도 '츠타야'를 비롯해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의 민간 서점과 공공 도서관들이 많아서 그런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그동안 좀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연 '경기 도서관' 은 느낌이 다르다. 작정하고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난다. 가운데가 뻥 뚫린 회오리 형태의 연속적인 층간 이동길을 만든 후 곳곳에 책과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의자들을 배치해 놓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책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그 근처에 편안히 앉아서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민간 대형 서점 기업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도서관 공간으로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와보고 마음 속으로 감격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내가 '이런 감성이 참 좋은데..'하고 생각했던 여러 서점과 도서관들의 모습들을 한국의 공공 도서관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독서와 글쓰기는 나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을 차지한다. 유튜브 시대에 왜 책을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과 즐거움이 있다는 말밖에는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 뿐이랄까. 사실 거의 모든 지식을 책을 통해서 얻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영상 컨텐츠도 즐기는 편이지만 동영상 강의나 학교 수업 시간 강의, 세미나 강의 내용들은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집중도 안된다. 그냥 나중에 관련 책이나 텍스트 자료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습득해야 제대로 머리 속에 해당 지식들을 집어넣는다는 느낌이 있다.
이런 내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공간' 이다.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그런 활동들은 마음이 편안하고 나와 비슷한 취향 - 즉 텍스트를 사랑하는 - 을 가진 사람들 속에 있을때 그 즐거움이 한층 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공부와 독서를 즐기기 위해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주변 환경, 특히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공부하거나 책 읽기 싫은 아이들이 유럽이나 일본의 멋진 서점과 도서관, 미술관 같은 곳에서 '이런 곳이라면 나도 열심히 하지!' 라고 말한다면 그것을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변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험한 환경(?)에도 잘하는 소수의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공부와 독서가 그런 소수만을 위한 활동으로 제한된다면 그것은 개인으로서도 그렇지만 국가의 인재 교육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일 수 있다. 기왕이면 집중 잘되고 마음 편안한, 그 안에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곳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 아니라 공부와 독서 그 자체의 활동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뭔가 문화적 의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 공부와 독서를 위한 사치스러운 공간 설계는 애초부터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돌려야만 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낭비(?)는 애초부터 떠올리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제라도 이런 건설적인 변화들이 생겨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