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기술] 서평
혹시 여러분은 평생의 과제 같은 게 있으신가요? 오래도록 이루고자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인생의 주제. 누구에게는 그것이 영어 공부 일수도, 운동 일수도, 다이어트일 수 있겠지요. 저의 경우 그건 루틴 ‘오래’ 지키기입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옛날 옛적 중학교 1~학년 때 즈음, 방학을 맞이하여 마음 잡고 공부나 해볼까 하고 오전에 깨알같이 계획을 짜 놓았다가 저녁나절 ‘에잇, 이건 못 해먹겠다’하고 바로 접어버렸던 일을요. 계획을 적어놨던 수첩을 북 찢어 없애며 오늘의 분투를 마치 없었던 일마냥 취급하는 순간, 해방감과 동시에 묘한 찝찝함이 동반되었던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뒤로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습관, 루틴에 관한 책이 눈에 띄면 일단 읽어보고, 실천도 해보고, 온갖 노트와 앱을 사용해 봤습니다만 괄목할 만한 생활의 변화는 쌓지 못했습니다. 얼마간 좋은 습관이 지속이 되어 아 이제 자리가 잡히려나 희망에 젖어도 그것은 해변에 놓인 모래성 같은 꼴, 일상의 파도가 조금만 세게 들이쳐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프리랜서로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이어오면서 마감을 어긴 적 없고 약속 안 지킨 적 없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니냐는 위안으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전 조금씩 꾸준히 오래 하는 스타일이기보다는 한 번에 몰아치듯이 몰입해서 일을 크게 크게 진행하는 쪽인데, 이게 더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은 뿌듯함을 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몰입을 받쳐 줄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마감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불필요하게 촉박해지는 상황이 점점 반복되면서 저의 기존 업무 스타일을 대대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일이든 건강이든 하나는 크게 잃는 날이 머지않아 오겠다는 경각심이 들던 참이었습니다.
서점 매대에서 이 책을 집어 든 건 평소 습관이나 루틴 관련 책이 나오면 일단 읽어보던 평소 습관의 연장선이었습니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집어 든 이 책을 저는 당당히 인생책의 반열에 올려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자인 이노우에 신파치는 일본에서 ‘루틴괴물’이라고 불리는 모양입니다. 하루가 빼곡한 루틴의 연속으로 진행되거든요. 그 루틴의 리듬을 따라 무시무시한 양의 일들을 하루 동안 처리해 내는데, 실제 그의 일과를 보고 있노라면 아니 뭐 이렇게까지? 하는 얼떨떨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꽂혔던 부분은 그가 자신의 루틴을 통해 생산해 내는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 루틴들을 ‘그냥’ ‘게임’처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노우에 씨는 ‘꾸준히 하기’가 자신의 취미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목표나 목적을 위해 루틴을 만들고 꾸준히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꾸준히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할까를 궁리하고, 어떻게든 조금씩 개선해 보고, 일의 허들을 낮춰보고, 최적화를 위해 구조화하고, 기록하죠. 그는 목표를 이루고 싶으면 목표를 버리고, ‘왜’가 아니라 ‘그냥’ 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라고 역설합니다.
저는 그가 말하는 ‘그냥’이라는 단어에 꽂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꾸준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닌, 꾸준함 자체에 골몰하는 태도, 지금 내 눈앞에 놓여 있는 소소하고, 어쩌면 무용한 작은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음미하는 태도. 무심한 다정함으로 물을 주고 풀을 뽑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베는 정원사의 마음.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일의 효용성과 효율을 따지는 습관에 빠지고선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저자의 선언은 쨍하게 차가운 얼음물 같았습니다. 정신을 좀 차렸다고나 할까요. ‘꾸준히 하기’라는 취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일들을 찾아 신난다!는 마음으로 머리를 쓰는 그의 모습은 무척 생동감 넘쳐 보인 반면, 일의 '쓸모'를 재면서 에너지를 조절하는 저의 일상은 그저 색바랜 낡은 풍경화 같아 보였거든요.
이 책은 몰입력이 좋습니다. 인간의 심리, 뇌과학, 그 외 이론 등을 내세워 습관/루틴 형성의 기반을 하나씩 다져나가는 책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실제 그 방법들을 현실 속에 녹여 내어 루틴 그 자체로 이루어진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의 이야기는 일단 생생하거니와 그것 자체로 굉장한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꾸준히 하기 20년 달인의 말에는 꽤 힘이 있달까요. 좋은 습관을 오래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건질 수 있는 인사이트가 분명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