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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Aug 03. 2021

함께 하려는 마음과 2주 자가격리

함께 하다가 함께 골로 갈 수도 있다

자가격리 2주 차에 접어드니, 점점 집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있다. 어쩌다 보니 직장 내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어쩌다 보니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2주짜리 휴가가 생긴 거 아니냐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직장에 다니다가 갑자기 집에서 쉬게 돼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다. 조금 답답하면서 걱정되는 것을 빼면은 만족스럽다.


확진자가 같은 사무실 내에서 발생했고, 오랫동안 한 공간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되게 걱정됐다. 요즘 델타 변이가 확산력이 강하다고 하던데, 나도 혹시 걸리지 않았을까 우려스러웠다. 나는 마스크를 잘 쓰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 사무실에서 잠깐잠깐 벗기도 했었고, 밥을 같이 먹을 때는 벗을 수밖에 없었으니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자주 기침을 하고, 목 상태가 안 좋았던 직원이 있었다. 며칠 뒤에는 다른 한 직원이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었다. 속으로 '혹시 코로나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확진자였다. 사무실은 폐쇄되었고, 다수의 직원들이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점심때 부서원들이 꼭 함께 식사를 했었다. 같이 먹는 사람이 5명이 넘어도, 테이블을 형식적으로 나누기만 했을 뿐, 함께 붙어 앉아 먹었다. 방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4명까지만 같이 다니라고 잔소리를 하고 싫은 소리를 해도, 부서장은 능구렁이 같이 대충 넘어가버렸다. 부서장은 같이 밥 안 먹으면 죽는 병에 걸린 사람이었다. 나는 점심을 항상 같이 먹는 게 이해가 잘 안 되었고, 따로 먹는 사람에게 눈치를 주는 듯한 분위기도 맘에 들지 않았다. 요즘 같은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는 소수끼리 또는 혼자 밥 먹는 것이 권장된다. 본인은 안 그러더라도 부서원이 따로 먹는다고 하면, 그냥 신경 안 써도 될 듯한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평소에 소통할 일이 별로 없는데, 점심이라도 함께 먹으며 친목을 다져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며 '함께 하자'고 권유하곤 했었다. 나는 매일 밥을 같이 먹어도 친목은 커녕 반목만 생기던데... 다른 부서의 어떤 사람은 식사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 어차피 밥 먹을 건데 마스크를 미리 벗고 있자고 하며 벗는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기도 했었다. 다른 때도 아니고 요즘 같은 상황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조직문화가 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회사 내에 마스크를 안 쓰는 직원도 너무 많았다. 자기 자리에서 잠깐잠깐씩 마스크를 벗는 거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정도를 넘어서는 행동들이 다수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자리를 벗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직원이 많았다. 그 상태로 대화를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써도 어차피 한 명 걸리면 다 걸린다며 마스크를 아예 안 쓰는 직원도 있었다. 다들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근무를 하곤 했었다.


게다가 다들 코로나 검사에 대한 의식도 거의 없었다. 자가격리 원인 제공자는 1주 넘게 감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코로나 검사 한 번을 받지 않았다. 약을 먹어도 감기가 낫지 않으면, 코로나일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에서도 유의한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장한다. 게다가 요즘 검사비 받지도 않는다. 바쁜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반차 쓰고 가서, 아니면 주말에 검사 잠깐 받으면 되는 건데, 그걸 '코로나는 아니겠지'하며 애써 부정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회사 건물에 확진자가 왔다 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야 검사를 받았다가 발견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역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지역민들의 경각심이 부족하다. 확진자 수가 많지 않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방이라 사람들의 긴장도가 낮은 편이다. 바이러스는 긴장이 풀려있을 때 순식간에 침투하는 법이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고, 내가 있는 장소에 확진자가 방문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순식간에 바람처럼 나타나서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최소한 기본은 해야 한다. 감기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코로나를 의심해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점심은 정해진 인원수에 맞게 먹고, 끼리끼리 또는 혼자 먹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평소에 마스크는 항상 착용해야 하고, 누군가랑 대화할 때나 움직일 때는 특히 더 착용을 잘해야 한다.


음성 판정을 받은 채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고, 마지막에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개인적으로 놀랄 것 같다. 마스크를 잘 쓰기는 했지만, 차 안에 같이 탄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같이 마주 보며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한 사무실 안에서 반나절 넘게 같이 있었던 날도 5일이 넘었다. 그런데도 내가 백신을 맞은 것도 아닌데,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면 이건 놀랄 일이다. 이번 일을 통해 마스크만 잘 써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몸소 경험하게 될 것 같다. 마스크의 힘이 생각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며칠만 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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