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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박 Mar 29. 2021

어머님이 누구니?

워킹맘의 '대리 엄마'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https://images.app.goo.gl/tBAAs5Uks25nkHzs5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엄마는 어떤 육아 환경을 미리 세팅해두어야 할까.


난 지금도 여전히 그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만약 결혼을 앞둔, 또는 출산을 앞둔 박사 후배가 조언을 구한다면 난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많은 여성 유명인들이 출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녀들의 아이를 누가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래전 아이를 가지려 고민하던 때, 은사님을 뵈러 가서 '일을 하며 아이는 어떻게 키우셨냐'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교수님은 약간 겸연쩍어하시며 대답했다.


"다들 친정 엄마가 키워주시지 뭐..."


실제로 내 주변의 많은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어머님'이 대체 양육자가 되어 아이들을 키워주고 계신다. 친정어머님이면 최고이고, 시어머님이어도 감사할 따름이라고들 말한다.


스타 강사 김미경씨는 과거 한 저서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더라도 양육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고 쓴 바 있다. '여우처럼 똑똑하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가족 안에서 구하고 일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읽을 당시엔 미혼이어서 애 봐달라고 어른들에게 애교를 떨라는 그녀의 뻔뻔한 접근이 다소 황당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워킹맘에게 그만큼 현실적인 조언도 없는 것 같다.


대신 키워줄 조부모님 섭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일하는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이를 낳은 지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보는 중이기 때문이다.




육아솔루션 전문가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최근에 보았다. 늘 궁금했었다. 이상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매번 멋진 조언을 주는 그녀는 그렇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냈을까.


그녀의 선택 역시 '어머님'이었다.


"제가 일을 하니까 처음부터 같이 살았어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합가 한 것인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합가 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것인지 선후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아이 역시 주양육자는 아이의 조부모님이었다,


아이를 키워줄 조부모님이 없다면, 일하는 여자는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K는 어제도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엄마한테 내가 제일 소중해?"

"그럼, 엄마 아빠에게는 K가 제일 소중하지."


안심한 듯 울음을 조금씩 그치는 K. 꽤 많이 자란 것 같아도 아이의 마음은 아직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잠깐 왔다가는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온종일 머무르는 한 사람이 아이를 계속 돌봐줄 수 있었다면 아이의 불안은 좀 나아졌을까.


오은영 박사의 최근 저서에선 일하러 가는 엄마를 못 가게 하는 아이에 대해 이렇게 대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이가요, "나 유치원 안 가고 엄마랑 있으면 안 돼?"라고 묻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한참 쉬다가 다시 가야 할 때 아이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이럴 때 너무 심각해지지 마세요. 그냥 편하게 대답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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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나가서 열심히 일해야지. 그게 사람이 해야 할 일이야. 하지만 엄마는 그 일보다 너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라고 말해주세요.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일을 마치지 못했을 그녀의 아이를 누가 어떻게 키워주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아이를 낳고도 활발히 일하고 있는 성공한 여성들의 '엄마 자리'를 누가 채워주었는지를 환하게 보여주어야 보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후배 워킹맘 엄마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어머님' 섭외에 실패하고 여러 시터 이모들을 전전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나의 육아는 아이를 불안으로부터 아직 구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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