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티처 Apr 06. 2022

분노의 힘

제나의 일생

"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서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
즉 분노를 억제하면 그것은 에너지로 바뀌고,
그 에너지는 힘으로 변환되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 간디


'칫. 거짓말.' 

제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세상이 움직인 게 이 모양이야? 어쩜 움직일수록 세상은 더 안좋게 변하는거지?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게 세상을 위해 더 좋은 것일수도 있어.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살아야할 이유가 없는거지. 차라리 죽는게 낫지'


또다시 밀려오는 무망감 속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아... '

순식간에 평온함이 밀려들었다. 

나무는 수십년동안 저 길 위에 서서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며 아무 말 없이 자기 생명을 다하고 서 있었다.

오늘 제나에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앙상한 나무가지로 겨울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그게 왠지 모르게 제나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었다. 


"하면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첫 만남에서 칠판에 써주신 글귀가 제나의 삶에 평생 지표가 되었다.  

늘 바르고 공정하고 엄격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려 애썼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기준에 자신이 미치지 못할 거란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했고 제나는 서서히 좌절하기 시작했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자신에게 뿌리깊게 박혀있는 억압과 슬픔이 점점 더 크게 부풀려졌다. 

그조차도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린 제나는 결국 세상과 이별을 고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의 경험 후에 제나는 여러 교훈을 얻었다. 

자신에게 있는 분노가 얼마나 소중한 에너지인지를. 

그 에너지가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될 수 있는지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마음없이 그저 자신을 바라만보고 있어도

그 빛이 어떻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는지도. 

아니,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일때 

그때에서야 비로소 세상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 왜 이 사람들이 힘들어도 여기에 오는 줄 알아요? 그건 제나와 함께 있으면 숨을 쉴 수가 있어서에요."

누군가 전해준 그 말을 떠올리며 제나는 연결된 모든 존재들을 향해 깊은 자기 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이전글 침묵속의 감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