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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수임 May 12. 2024

엘 콘도르 파사, 철새는 어디가고 구름만 떠도네

은퇴여교수의 남미방랑기 9.

“공중 도시라 하더니 정말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네,”

마추픽추에 올라서면, 그 느낌을 실감하게 된다. 구름이 발아래에서 흐르고, 눈앞에는 잉카의 고대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21세기에서 타임캡슐을 타고 날아와 바로 잉카인이 된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누군가의 말에 모두 웃었지만, 마추픽추의 신비로움을 경험하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마추픽추는 케추아어로 ‘오래된 봉우리’, ‘오래된 산’이라는 의미이다. 15세기 불꽃처럼 일어나 16세기 바람처럼 사라진 제국, 그 주인공은 콘도르의 영혼을 품은 파차쿠텍(Pachakuteq)이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곳에 성채를 만들었을까? 해발 6,000미터가 넘는 안데스산맥을 넘나들며 건설한 이 도시의 규모와 정교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높은 산 위에 거대한 바위를 옮겨와 도시를 만들었다.     


이 공중 도시는 높이 2,400미터의 고지에 돌로 만든 성곽이 솟아 있고,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남쪽은 농경지 테라스, 북쪽은 도시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계단을 밟아 내려가면서,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돌아보았다. 도시는 궁전과 주택, 계단식 경작지들로 구분되어 있다. 돌로 만든 해시계, 물시계, 냉장고 등 고대 문명의 기술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곳에 숨겨진 400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아, 그런데도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게 신기해."

모두가 공감했다. 마추픽추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다. 이곳에 서면, 21세기의 복잡함이 사라지고, 잉카의 영혼과 지혜가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콘도르 형상이라던데," 친구의  말대로 이곳의 디자인은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나스카 지상화처럼 이들, 잉카인의 시야는 드론의 높이를 지녔다. 계곡으로 눈을 돌리면, 산을 휘감아 도는 우르밤바강이 보인다. 마치 거대한 구렁이처럼 이 도시를 둘러싸고 흐르고 있다.


"이곳이 왜 잃어버린 도시인지 알아?"

"아마도 산 아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부르는 걸까? "

“공중에 떠 있으니 찾을 수 없었지”

1517년 잉카 제국이 멸망한 후에는 스페인 식민자들이 이 지역을 침략했다. 그러나 마추픽추는  강건너 산위에 그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있었다. 이로 인해 여러 해외의 탐험가들이 이 지역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후 1911년 하이럼 빙엄의 탐험팀에 의해 발굴되기까지 400년 동안 이끼에 덮여 숨겨져 있었다. 이로써 마추픽추는 그 미스테리한 존재감을 유지하게 되었다.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이곳에서 잉카인들과 함께 산책하는 상상을 다. 마추픽추의 산정에서, 와이나픽추의 산등성이에서, 그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어디선가 케냐(quena)의 구슬픈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철새는 날아가고-.    

       

오 위대한 안데스의 콘도르여,

날 고향 안데스로  보내 주게나

 콘도르여  콘도르여

안데스산 높은 곳으로 ,

 내 고향으로 가고 싶다네     

나의 잉카 형제들과 함께 하려고

그들은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네      위대한 콘도르여

쿠스코에서 날 기다리게나, 대광장에서 말일세

맞추픽추 산정에서, 와이나픽추 산정에서

우리 함께 산책할 수 있을 테지  


마추픽추를 떠나는 순간, 문명의 빌딩숲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콘도르처럼 이 도시를 내려다 보며 자유롭게 날아 오르는 을 꾼다. 이곳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시간이 멈춘 듯한 그리움이 남는 타임캡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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