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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수임 Apr 03. 2024

우유니 사막, 물고기섬에는 물고기가 없다.

은퇴 여교수의 남미유목민여행기(1)


                                                                       

우유니 사막, 그 유명한 하얀 지평선. 이는 마치 세상의 끝을 만난 듯한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우리 일행은 소금 사막을 바람과 함께 끝도 없이 달리고 달렸다. 지루함이 절정에 달할 즈음에 나타난 까만 점. 그 점은 가까이 갈수록 정체를 드러냈다.

“섬이다!”

하늘과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들의 흰 빛깔은 마치 천장이 없는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그 중심에 조그만 섬이 놓여있다.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그 신비로움은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건기에는 물이 없어 소금사막 중앙에 둥근 모습으로 서 있는 잉카와시(Incahuasi)섬. 그러나 우기가 오면 물이 차고, 이 섬은 마치 마법처럼 변신한다. 그것은 산이자 섬이자, 우유니의 신비한 표상이 되었. 

이 동산은 물고기 섬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물고기 섬'이라 불리는지 의문이 들었다.

“바다도 아닌데 왜 물고기 섬이라고 부를까, 혹시 인간의 상상력 때문일까요?”

잉카와시는 스페인어로 ‘잉카인의 집’이라는 의미이다. 사막의 중심에 외롭게 놓인 잉카와시는 외딴섬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갸름한 모습은 마치 물고기의 형상을 닮았다.

이 섬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마법 같은 변화를 겪어왔다. 오래전에 이 물고기 섬은 바닷속의 산호초였다. 그 후 지각의 융기로 인해 산호 석이 가득한 회색의 언덕이 되었다. 그 언덕에는 잉카 문명 이전부터 자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선인장 숲이 있다. 그들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 마치 섬의 영원한 주인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섬을 또 다른 이름으로 선인장 섬이라고도 부른다. 선인장은 백 년이 넘어야 꽃을 피운다는데 세월을 품은 작고 연한 꽃들이 그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바다에 사는 산호초와 사막의 상징인 선인장이라~, 이 부조화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신비롭게 느껴졌다. 섬의 맨 꼭대기에서 펼쳐질 풍경이 궁금해 부지런히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바람이 거세지며 판초 자락이 나를 하늘로 날아 올리려는 듯이 펄럭거렸다. 드디어 정상에 서니 눈앞에 사방이 파노라마 뷰의 소금사막으로 펼쳐졌다. 눈과 가슴이 어린아이처럼 순결해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산호초 바위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느껴본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늦게 얻은 고명딸을 밤이 되면 품에 안고 조곤조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귓가에 아버지의 산호섬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옛 날 옛적에~ 바다 건너 커다란 호수가 있었어. 그곳에는 소금이 많아서 사람들이 소금호수라 불렀는데 한가운데 섬이 하나 있었거든~. 섬 언덕에는 삐죽삐죽 가시가 돋아난 선인장 나무가 가득 자라고 있었어. 선인장 숲 한가운데에 조그만 굴이 있는데 비스카차라는 사막토끼 가족이 살고 있었단다. 날카롭게 돋아 있는 가시들 때문에 엄마 토끼는 걱정이 많았어. 아기 토끼들이 뛰어놀 때 가시에 찔릴까 봐. 그래도 봄이 되어 선인장에서 꽃이 피면 꽃놀이를 나가기도 했지. 선인장은 그들에게 가시라는 고통을 주지만 꽃을 피우면 즐거움도 같이 주었던 거야.”   

깜빡 꿈을 꾼 듯 물고기 섬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세상의 어떤 것도 단순히 고통이나 즐거움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삶의 교훈을 이제 인생 후반을 시작하는 딸에게 들려주시고 싶었나 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막막한 소금사막에 홀로 떠 있는 작은 섬. 이는 단순히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선입견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슴속 영혼을 이끌어내는 여정이었다. 마치 사막 속 한 줄기 물처럼 이곳은 마음속에 새록새록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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