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부부 6년 차가 말하는 찐 장점
오늘은 저희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와 남편은 입사 동기로 만나 4년 연애 끝에 결혼하여, 여전히 함께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보통 사내 부부라고 하면 ‘괜히 불편할 거 같아요, 신경 쓰일 거 같아요, 프라이버시가 없는 거 아니에요?’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제가 사내부부를 오래 해보니깐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았어요. 오늘은 그 장점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01. 직장생활에 대한 깊은 공감
내가 생각하는 사내 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직장 생활에 대한 깊은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회사에 다니는 것을 ‘직장 생활’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직장과 생활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업의 특성상 해외 출장이나 파견이 잦은 편이다. 짧으면 몇 주, 길게는 몇 년씩 해외에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달가워할 배우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내 부부라고 다르지 않다. 상대방이 갑자기 출장/파견을 간다고 하면 그동안 나 홀로 감당해야 할 육아와 집안일 걱정에 싫은 내색부터 나온다. 그런데 그 이상 뭐라고 못하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왜 꼭 가야 하는지 너무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무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상) 나도 언제든 상대방의 입장이 될 수 있기에 이해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반년에 한번 꼴로 돌아가며 해외 출장을 가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한 명이 없으면 너무 힘들지만 어쩌랴. 지금 내가 이해를 해야 다음번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너무 미안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회사나 업의 특성상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사내 부부를 권하고 싶다.
둘 다 생활이 불규칙적이면 힘들긴 하겠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상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서로 이해하며 맞춰나갈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사내 부부가 많은 편이라 여러 가지 케이스들을 다양하게 접하는데, 어떤 부부는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해외 파견을 나가 휴가 때마다 같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바짝 돈을 모아 몇 년 뒤 서울에 땅콩 빌딩을 샀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나는 한쪽만 이해하고 다른 한쪽은 계속 미안해하는 것보다 같이 힘들고 같이 극복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02. 직주근접 가능
앞서 직장과 생활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이 ‘통근 시간’이다. 집과 직장이 멀수록 통근시간은 길고 복잡해지고 일상의 윤택함도 떨어진다. 그나마 싱글일 때는 가까운 곳에 자취라도 할 수 있는데, 결혼을 하면 양쪽 직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100% 만족스러운 위치에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사내 부부는 이야기가 다르다. 직장이 같으니 신혼집 위치를 잡는 것도 훨씬 쉽고, 아이가 생기면 그 장점은 극대화된다.
우리는 현재 회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통 아이가 생기면 절대적으로 개인 시간이 부족해지는데, 우리는 남들보다 퇴근 후의 시간이 여유로우니 서로 양보해 가며 운동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자기 계발을 한다. 그리고 혹시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둘 중 아무나 가능한 사람이 바로 달려갈 수 있다. (보통은 부모 중 한 명의 직장 근처로 이사 가기 때문에, 가까운 쪽만 매번 일을 빼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가장 고생하는 어린이집 등하원도 마찬가지이다. 사내 어린이집이 있다면 사내 부부는 언제나 0순위이기도 하고 외부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해도 집 근처나 회사 근처에 구하면 동선이 훨씬 심플해진다.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상에서 꽤 많은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부부가 모두 직주근접이 가능할 때 오래도록 균형을 잡고 이어질 수 있다. 사내 부부라면 직주근접의 혜택을 꼭 누려보길 바란다.
03. 경제적 투명성
많은 남자분들이 사내 부부라고 하면 월급이나 보너스는 어떻게 관리하냐고 물어보신다. 아마 회사가 다르면 월급이나 보너스 등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개인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을 텐데 사내 부부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오히려 이 경제정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탄력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운영을 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예를 들어, 우리는 월급을 받으면 용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대출이나 저축, 생활비 등의 사용처가 계획되어 있다. 대신 보너스가 나오면 규모를 보고 협의를 통해 일정 부분 개인 돈으로 가져간다. 이 외에 출장비, 특별 상여금, 야근비 등 본인이 더 노력하고 성과를 내서 받은 돈들은 그냥 자기가 갖는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돈 들어갈 일이 많아 개인 돈 비중을 좀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기본적인 재정 운영의 틀은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게 모아둔 개인 돈으로 우리는 돌아가면서 친구 또는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활동을 하기도 한다.
여행. 아이를 낳고 보니 여행이 주는 리프레시가 얼마나 큰지 더욱더 깨닫는다. 육아는 아이를 아무리 사랑해도 힘든 것이다. 두 사람이 있는 힘껏 일상의 톱니바퀴를 굴리다 보면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부모나 친구에게 소홀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여행을 통해 만회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내가 엄마와, 남편은 친구들과 돌아가며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고, 올해는 내가 친구와, 남편은 시어머님과 여행을 다녀왔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부모라고 해도 반드시 개인의 시간은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경제적 투명성과 품앗이를 통해 지켜나가고 있다.
그 밖에 제가 생각하는 사내 결혼의 장점은 무궁무진하지만, 오늘은 굵직한 3가지만 공유를 해보았습니다. 서로의 직장 생활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부부 생활에서 정말 큰 베네핏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에게조차 자신의 회사 생활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말하지 않아도 아는 편안함, 동질감, 유대감은 사내 부부의 큰 장점이랍니다.
그리고 사내 부부가 되면 회사 생활 자체에도 큰 의지가 됩니다. 회사 안에 무조건적인 내 편이 1명은 있다는 뜻이니깐요. 저와 남편은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데, 그래서 오히려 회사 내 인맥을 넓히거나 정보를 얻기 훨씬 용이합니다. “나 이번에 A부서랑 프로젝트하는데 거기 아는 사람 있어? 그 사람 어때?” 이런 식으로 말이죠. 부부니깐 훨씬 편하게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회사 안에서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먹칠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더 집중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게 되죠.
저는 이 글이 사내 연애 중인데 결혼까지 괜찮을까 고민하시는 분들, 또는 회사에 괜찮은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과 미래까지 도모할지 고민되는 분들께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엔 동료들이 수군거릴 수도 있지만 금세 다들 적응하고 배려해 주십니다. 일단 선입견이란 산을 넘기만 하면 오히려 쉬워집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고민해 보세요
모든 사내 부부와 사내 연애를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