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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Nov 18. 2023

7월의 후쿠오카에서

여름을 그리는 겨울에게

#1.

한여름의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한 7년 만인다.


그때는 8월이었지만 지금은 7월이다.

그러니 내가 기억하는 후쿠오카는 언제나 더운 여름일 수밖에.

후쿠오카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첫 여행을 1박2일로 짧게 다녀오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그 기억에 대한 리프레시, 리커버가 필요했달까.

그러니까 헌 기억 위에 새 기억을 얹는다, 뭐 그런 의미로 말이다.

날씨운이 좋았다.

운 좋은 게 태양이고 운 나쁜 게 비구름을 의미한다면.

키와미야 함바그 하카타점

#2.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일이 있다.

막연하게나마 감정으로만 알고 있던 어떤 경험을,

누군가 글로써 표현해 낸 것을 보고 무릎을 치며 감동하는 그런 일 말이다.

이 여행에 영감을 준 글귀 중 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중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라는 에세이에 있었다.


무슨 일을 하다보면 반사적으로 어떤 노래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당신은 없는가? 예를 들어(어디까지나 예일 뿐이지만) 드넓은 바다를 눈앞에 접하면 ‘바다는 넓구나 크구나’라는 동요가 무심코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혹은 소리를 내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레 마음속으로 그 한 구절을 따라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당신은 아마 여섯 살 때도 열다섯 살 때도 서른두 살 때도 드넓은 바다를 눈앞에 두면 ‘바다는 넓구나 크구나’하고 노래를 하거나 생각을 떠올렸을 테고,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요컨대 그 노래의 한 구절이 하나의 연속적인 행위로, 한 오라기(사소한) 씨실로 인생을 관통해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여섯 살이나 열다섯 살이나 서른두 살의 자신과 ‘바다를 눈앞에 둔’ 심정을 아주 잠깐이나마 이를테면 반사적으로 공유한다. 그것은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 잡문집,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중에서

캐널시티 점프숍

내 기억 속 서랍에는 여행과 음악이 둘둘 묶여 패키지 별로 보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하루키의 글귀를 보자마자 생각이 든 건 

여행과 음악이야말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의 나를 조우하게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자이후
스타벅스 다자이후 점

7년 전의 나는

대책없이 첫 회사를 그만두고

진로에 대한 방황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하고 싶은 건 원없이 하고 돌아 다녔다.


그나마 1년 반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놓은 천 만 원이 좀 안되는 돈마저 모두 여행과 커피에 쏟았더랬다.


그렇다고 이때가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원하는 대로 할 때의 자유로운 행복 만큼이나 미래의 나에 대한 죄책감도 컸기 때문이다.

다자이후에서 신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유리 속 구슬이 딸랑딸랑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높이 달아놓은 장식이 있었다.


딸그랑 소리를 듣자마자

여행하는 순간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불행감이 동시에 떠올랐다.이유는 잘 모르겠다.   

라라포트
카우카우키친 라라포트점(Cow Cow Kitchen)
쿠로마츠 다이묘점

#3.

지난번 도쿄여행 때를 계기로

포켓몬고와 스파이패밀리를 알게 되었다.


뭔가 알아볼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살아가는 즐거움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싶어 다양하게 경험 중이다.


포켓몬고는 시작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자주 즐기는 일상의 게임이 되었고 스파이패밀리는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까지 다 챙겨 본 상태다.


코난은 원래 좋아했고,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은 말해뭐하나 싶은 정도랄까.

 

원피스는..글쎄,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 만화를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스토리와 캐릭터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쵸파를 귀여워했던 정도일까. 사실 이것도 가물가물하다.

에키벤
구마모토 노면전차

#4.

이번 여행에는 세부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먹고 찍고 사기.

식도락, 사진, 그리고 쇼핑을 위한 시간이 주된 일정이었다.


무계획이다보니 신칸센을 타고 생각지도 못한 구마모토에도 다녀왔다.


여기서 다녀오고 알게된 사실 하나.  

좋아하는 단편소설 <기노>에 구마모토 장소가 등장한다는 것.

구마모토 성
일 포르노 델 미뇽
하카타 역

#5.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은

모모치 해변이다.


타이밍 좋게 일몰 시간에 도착해서 세상의 푸른 빛과 붉은 빛의 조화를 눈에 넘치게 담아 왔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모모치 해변
이치란 본점
나카스 포장마차거리
푸글렌 후쿠오카
미야케우동

#6.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가 모두 교체되는 주기는 대략 7년? 이라나.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난 날의 나와 현재의 나를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

자판기

변한 게 확실한 건 내 주변의 거의 모든 것들이다.

변하지 않은 건 몇 가지의 취향들이다.


나 자신이 변한 만큼 주변 사람들도 상당히 바뀌었다. 물론 더 좋은 사람들로 말이다.

주변과 사람이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나를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살아왔다는 방증 아닐까.

가와바타 상점가
편의점 식도락
하이타이드 스토어
마트 식도락

#7.

후쿠오카 여행을 기록하려고 한다.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그 사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그것이 글쓰기에 있더라.


글쓰기도 내가 아는 것만을 겨우 쓸 수 있는 수준이다보니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여행기라도 남기는 수밖에 없다.


완성은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써보련다.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모츠나베 라쿠텐치 본점


가챠 첫 시도!
후쿠오카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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