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의 환상과 그 실체

소셜미디어로 가려진 파인 다이닝의 실제 상황

by 서녕


드라마에사 비추어진 파인 다이닝은 그야 말로 환상 그 자체이다.

파인 다이닝? 이라고만 들었을 때 스타 쉐프들이 요리로 공연을 펼치는, 뜨거운 불 속에서 큰 함성으로 주방을 사로잡는 곳. 이 모습들을 상상하면 손님들 입장에서는 그저 '멋있는 사람들', '열정 넘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먹으러가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맛보고 즐긴다면 내가 마치 대접을 받는 느낌이 나는 것처럼 모두 그렇게 생각하며 파인 다이닝 속으로 들어가 예술을 맛 본답시고 가벼운 마음을 들며 길을 나설 것이다.



그런데 왜 다들 이렇게 파인 다이닝에 집중을 하는 것일까? 사실 파인 다이닝 말고도 우리는 집 근처 프랜차이즈 음식들을 배달 어플을 통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 잘난 맛에 요리하는 사람들도 있고 명백한 명분으로 멋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저 그렇게 돈 벌려고 요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나는 호텔조리전공을 하면서 호텔 조리로서 일을 하는 것이 내 로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조리와 관련하여 직장인이라는 신분을 달고 살아가고 있어 옛날을 떠올린다면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웃긴 일이다. 남들은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하여 반박하거나 화낼 입장도 아니기에 그냥 나 혼자 피식 거릴 뿐이다. 그 와중에 내 주변 지인들은 호텔 조리사로서 명분을 잘 쌓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고 박수만 쳐줄 뿐이다. 나는 그 실체에 대해 너무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도 안해봤으면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반대 입장이었어도 그렇게 생각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파인 다이닝의 겉모습은 정말 멋있는 곳이다. 그 모습에 반해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말리고 싶다. 환상에 빠져 일을 시작하다보면 금방 지쳐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파인다이닝의 속은 마치 아프리카의 초원 같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환경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겠지만 사실 가까이서 보면 물고 뜯고 서로의 먹이사슬이 엉키지 않도록 치밀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곳인데 마치 그 광경이 파인 다이닝의 모습과도 같다. 홀에서 오더들을 받으면 받은 오더는 일정하지 않다. 손님들 마다 먹는 취향과 분위기,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 해도 맛에서 부터 미묘한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체적으로 주방에서는 콜 파트와 핫 파트로 나뉠 수 있는데 콜 파트에서는 에피타이저나 찬 스프, 샐러드 등 가벼운 느낌의 음식을 담당하고 핫 파트는 스테이크, 파스타, 스톡 등 무거운 느낌의 음식을 담당한다. 물론 디저트는 디저트 파트가 따로 있다. 당연한거다.



무튼 손님들에게 받은 주문 내역들을 보면 갑갑한 마음 뿐이다. 물론 매일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채식주의자 인데 닭고기만 먹을 수 있는 채식 주의자가 있고 유지류에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이 있어 샐러드 소스에도 유지와 관련 된 재료들은 모두 걸러내고 다시 만들기를 시작한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어려운 것이 없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레시피에서 손님들 성향에 따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소스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미리 준비해둔 재료에 다른 조리법이 들어가 당황함도 느낄 수 있다. 여러분이 조리인 입장이 되어 보고 상상해 보아라 이 얼마나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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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고 오는 손님들은 너무 평화롭다. 다들 SNS에 올릴려는 셀카만 수십장을 찍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력을 자랑하는 사람, 다 먹고 나서 어떤 데이트 코스를 갈 지 말지를 의논하며 풋풋한 연애를 보야주는 연인들, 프로포즈 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손님들까지 가지각색이지만 그저 평화롭다.



반대로 주방만 바쁠 뿐이다. 뜨거운 불 속에서도 땀을 닦을 시간도 없이 단시간에 쳐내야 한느 것은 기본이고 하루 시작을 차가운 워크인 냉장고에 붙어서 재고 관리를 하는 것도 기본이다. 또한 새로운 시즌이 올 때마다 그에 맞는 재료들을 준비해 새로운 메뉴를 구성하고 컨펌을 받는 것 조차 머리와 몸이 식을 날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라 하여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의 열정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아주 좋다. 그 열정이란 나만의 열정이 되어버리면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열정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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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위해 쫒아가는 사람이나 파인 다이닝을 목표로 하여 나아가고 싶다면 철처한 준비를 해라. 내가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인지. 아니면 기가 쎈 사람인지. 둘다 가능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뚝심이라도 있는 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난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나 도전하지 않았다. 8~12시간 동안 일어서서 일해야하는 공간에서 손님들마다 다른 성향에 맞춰 요리를 할 자신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파인다이닝 꿈나무나 파인다이닝의 취준생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환상에 갇혀 있지 말고 현실을 보아라. 나 자신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를 말이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간다면 나쁠 것도 없다. 그 만큼의 보상은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파인다이닝의 속은 뜨겁고, 무겁고, 두려울지라도 정말 소망하는 꿈 속에서 파인다이닝이라는 주방으로 목표를 두고 있다면 쫒아가라.


다만, 쉽다고는 보장 못할 것 같다. 모든 상황에 대한 감수는 오로지 자신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감수해야하고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포기를 했지만 이유있는 포기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이유없이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이유를 찾았을 때 포기를 한다면 말리지 않겠다. 자신은 환상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