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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코드 햄스터 Mar 16. 2021

우두커니

카페 방문기


신발에 몸을 구겨넣고, 문을 나섰다

모든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나만 우두커니 섰다

... 어디로 가야하지?


나도 사람들을 따라 여기저기 걷다가

그럴듯한, 적당한 카페에 앉았다

하얀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그리고? 쪼옥쪼옥 커피만 빨았다

집을 나오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무얼 하겠다는 목표도 없으면서 그런 기대를 했었다

웃기다


또 웃긴 것은, 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동안, 내가 마치 다른 어떤 사람

- 멋쟁이가 된다는 착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차암나


또, 또 웃긴 것은, 가족, 친구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내 새옷을 보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차암나!


아! 내가 조금만 더 뻔뻔했더라면...

저기... 소개팅 남성분! 넘치는 허세를

제게 조금만 나누어 주시오...!

당신에게도 적잖이 좋을 것 같소만.


얼음이 다 녹은 커피는 참 맛없다

빈 잔을 바라보아도, 작은 성취감조차 없다

부끄러운 글자가 적힌 종이를

주섬주섬 가방에 넣었다


이제 나는 무얼 해야 하는지 몰라

두리번 두리번 사람들을 쳐다본다

웃음짓는 사람들 푸념하는 사람들

공부하는 사람들 목표가 있는 사람들

나는 신발을 고쳐신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모든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나만 우두커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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