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새벽

새벽 좋아!

by 강석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남들이 모두 잠든 월요일 새벽을 좋아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하려 했던 독서와 글쓰기는 먼지 쌓인 책들과 함께 덮어두고 저번 주말과 마찬가지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시간을 쏟습니다. 평소 회사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시간이 그리도 가지 않더니 어느새인가 창밖을 보면 해가 어둑어둑 져갑니다.




이 시간의 창밖은 아주 고요합니다. 평일의 분주하고 피곤함. 주말의 설렘과 아늑함을 곧 있을 출근을 위해 각자의 마음을 고이 접어 베개맡에 두고 경건히 몇 시간 뒤에 있을 출근을 위해 열심히 잠자리에 듭니다. 일탈과도 같은 시간에 깨어 글을 쓸 때면 새삼스레 게으른 제 모습을 반성하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새벽이 주는 차분함을 찬찬히 마십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람들을 만나며 보여준 나의 모습과는 다른 누구보다 솔직한 모습의 저와 마주 앉습니다. 마주 보며 앉아있는 사람은 참 가여운 마음이 듭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작은 체구, 짝눈, 돌출 입과 주말 동안 씻지도 않았는지 초췌한 몰골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로 많이 못나 있습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우울하고, 자기 힘든 얘기밖에 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문뜩 ‘이 사람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까?’라는 생각이 들어 질문을 나지막이 읊조려 봅니다.




사람들은 어떤 시선과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요? 사회는 나이 때마다 해야 할 공식들을 정해놓습니다. 20대 초반에는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는 취업해야 한다! 라는 암암리 사람들 마음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물론 이 공식을 따라 열심히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이뤄내는 사람들도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공식에서 벗어나 남들은 무엇인가를 하는데 손 놓고 있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강조하는 꿈이라는 삶의 수식어를 정하지 못한 채 흘러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에 휩쓸려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엄습해 자신을 낮추고 미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SNS를 보다 보면 누구보다 멋있고 재밌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넘쳐 흐릅니다. 멋들어진 각자의 취미, 애인과의 행복했던 시간, 사람들이 찾는 맛집 등을 공유하며 자기 삶의 행복을 사진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그런 멋진 사진들의 조건에 충족된 사람들을 본 뒤 스스로를 보면 참 가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렇게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특별하게 보낸다면 살아갈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아, 저렇게 온종일 특별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힘을 쏟는다면 월요일에 힘들어서 죽고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애써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달랩니다.




특별하고 멋진 사진들이 즐비해 있는 SNS를 보다 보면 문뜩 내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과연 어떤 사진들이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주말 동안 방치되어 배터리가 20%밖에 남지 않은 휴대 전화를 들어 난잡하게 널브러져 있는 앱들 사이 ‘사진`이라는 앱을 눌러봅니다. 사진들은 대체로 무엇을 찍는지 모르겠는 풍경,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 음식, 어딘가를 여행을 간 거 같다 정도의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진들 안에서 저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해맑다 못해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뜻밖에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은 “아, 그때 저기 진짜 재밌었는데 또 가고 싶다.”라는 마음속이 간질간질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구애받지 않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고 싶었던 곳을 간 그 기억은 평범하고 무료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을 특별하게 바꿔줬습니다. 이래서 사람들 좋은 기억들을 사진에 담아 추억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됩니다.




단연코 나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음 그냥 평범하구나. 그냥 그저 그렇구나.” 싶습니다. 무엇인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 그저 그런 글 실력, 평범한 아니 아쉬움이 남는 일상이 제 카테고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어디서 배워본 적도 없고 학생 시절 어디서 입상을 해 본 적도 없는 그냥 모두가 쓸 수 있는 그런 글입니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글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글자 하나하나를 채워갈수록 나의 공허함 혹은 누군가에게 보여질 허영심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빨래를 잘못 말렸을 때처럼 좋지 못한 냄새를 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저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고 받아드리고 사랑해주기로 합니다. 나를 투영하는 글은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을 깎고, 채워나가며 만든 문장들은 누군가 봤을 때 코웃음 치고 비웃는 글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씩 손빨래하듯 정성스럽게 때를 벗기고 지저분한 문장들을 털어 양지바른 곳에 글을 널어놓으니 기분 좋게 뽀송뽀송한 글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습니다.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무능력함에 몸서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저기 크고 흉측해 보이는 문제라는 괴물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도망치고 숨고 싶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 히어로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음침하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요? 저 히어로에게는 강력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한 명 하명에게는 자신만이 가진 능력들이 있습니다. 처음에 누구보다 뛰어나지 않고 남들이 봤을 때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예사로운 것들이 하나씩 예사롭지 않게 바꿔나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주 평범할 것이고 누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하기 어려운 과정을 몇 년, 몇십 년을 스스로를 믿고 괴물과 싸워나갈 때 그 사람은 더는 남들이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이 아닌 그 삶에 주인공일 것입니다.




새벽 2시 스스로를 바라봅니다. 아직 여전히 못나고 가엾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겠습니까. 검은 모니터 속에 담긴 사람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고생 많았다고.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사랑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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