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아들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아이 학교에서 호출이 왔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이가 무엇인가를 잘했다고 해서 학교에서 학부모를 보자는 일은 거의 없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때,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호출장이 날아온다. 나름 모범생으로 부모님 속 썩이는 일 없이 학교를 다녔던 나는 내 아이가 무언인가를 잘못해서 불려 가는 자리가 무엇보다도 마음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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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저지른 일은 이랬다. 아들 친구 녀석(몽룡이라고 하자)과 학급의 여학생 하나(춘향이라 하자), 이렇게 셋이 우연히 교실에 남게 되었다. 몽룡이와 춘향이는 서로 사귀는 사이였다. 이 둘을 보면서 아들이 물었다.
“야, 너 쟤랑 뽀뽀해 봤어?”
“아직 못 했어 인마.”
그러자 아들아이는 장난기와 호기심이 발동해서 “해 봠마.” 하면서 몽룡이의 등을 슬쩍 밀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나 할까. 몽룡이는 춘향이 입술에 살짝 뽀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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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끝났으면 그 일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워진’ 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춘향이가 다른 곳에 가서 이 일을 자랑삼아 발설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여학생 중에 몽룡이의 전 여자 친구가 있었다. 이 여학생은 무슨 심리에서인지 자기의 전 남자 친구가 다른 애 하고 뽀뽀를 했다는 것에 화가 나서 자기가 몰고 다니던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합세해서 춘향이를 때렸다. 교내 폭력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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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이 사건을 수사를 하다 보니 그 꼭짓점에 우리 아들아이가 있었다. 나를 부른 학교에서는 다시는 아이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잘 교육시키겠다는 사유서를 쓰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참으로 순진했던 나는 그저 가슴만 두근두근했다. 아이가 이번 일로 어떤 제재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 이런 바보 같은 녀석이 그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런 말썽이나 부리고 다녀? 하는 괘씸함이 밀려왔다. 아들아이의 죄목은 ‘풍기문란 방조죄’였다. 나는 아이를 잘 가르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사유서를 작성해서 냈다.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인마, 친구가 교실에서 뽀뽀를 한다 해도 니가 말렸어야지. 이놈아.” 하면서 문초했고 종아리에 ‘사랑의 매’를 댔다.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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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후회되는 지점에 그 일이 있다. 물론 교내 폭력은 잘못된 일이지만 우리 아들만 놓고 보면 사춘기 때 아이가 호기심으로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야단치고, 훈계하려고 했는지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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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폭행에 직접 연루된 것도 아닌데 그런 대접을 받았으니 아이는 얼마나 억울했겠나? 학교에서 집에서나 자기 마음이나 형편을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민다. 그때 그게 사랑의 매였을까? 아니다 감정의 몽둥이였을 뿐이다. 그 후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 형편 알아주기는 내 평생의 숙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