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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 Apr 22. 2022

<우주 히어로 키드>의 형식.

http://limsuyeong.com/watchandread/kid-cosmic-forms


*이 글에서 사용된 모든 이미지들은 넷플릭스 애프터 스쿨(Netflix After School)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들에서 갈무리했음.


인물을 어떤 질감의 선이나 색조들을 사용해서 묘사했는지, 인물의 신체나 표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특이한 점은 없는지, 인물들이나 사물들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의 특징이 무엇인지, 특정한 장면에서 어떤 음악/효과음을 사용했는지, 배경을 묘사하는 방식에는 특이한 점이 없는지 등은, 우리가 한 애니메이션의 형식이 무엇인지 말할 때 주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나는 <우주 히어로 키드(Kid Cosmic)>가 형식적 차원에서 눈에 띄는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요소들은 크게 인물 표현 방식과 움직임의 구성 차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우주 히어로 키드(Kid Cosmic)>는 시각적인 측면에서 만화책이나 신문 한 구석에 있는 연재만화(comic strip)를 상기시키는 몇 가지 특징들을 갖고 있다. 먼저, 사물이나 인물, 배경의  윤곽선이 매끄럽게 마감되어있지 않다. 배경 묘사에는 색연필로 그린 듯한 거친 질감의 선들이 주로 사용되었고, 인물이나 사물의 윤곽선은 펜 선과 유사한 질감의 선으로 그려져 있다. 선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서 그린 사람이 어디에 힘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펜 드로잉의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은 인물을 묘사하는 선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이와 더불어 선들이 완전히 닫혀있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우주 히어로 키드>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에 그려진 그림’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또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서 묘사된다는 점에서도 이 시리즈는 연재만화의 질감을 상기시킨다. 이모티콘의 표정을 닮은 것 같은 표정들, 과장된 방식으로 늘어나거나 단축된 인물의 신체는 시리즈에 경쾌한 만화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시즌 1 "The Rings of the Power!"
시즌 1 "The Rings of the Power" 

또한 <우주 히어로 키드>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세(pose)에서 다른 자세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묘사할 때 프레임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움직임을 더 많은 프레임으로 나눠서 보여줬더라면, 인물들이 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줬겠지만, <우주 히어로 키드>는 대부분의 인물들의 움직임을 더 적은 프레임으로 구성했고, 그 때문에 인물의 움직임이 더 극적이고 활기차게 보이기도 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한 자세에서 다른 자세로의 이동을 매개해주는 프레임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자전거를 타는 키드의 다리의 움직임, 음악에 맞춰 들썩이는 트럭기사의 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는 이들의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극도로 적은 프레임을 사용해서 움직임을 구성했다면, 보는 사람들이 이 움직임을 통해서 일종의 박자를 느낄 수 있는데, 박자에 맞춰서 딱딱 떨어지는 키드와 트럭기사의 움직임은 배경에 깔린 블루스 록 음악과 어우러진다. 이런 장면들에서는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음악과 동기화시키고자 한 제작자의 깊은 뜻을 상상하게 된다. 

(https://youtu.be/KyDnTZu1Jx4)

(이 영상의 5분 12초 정도에서부터 들썩이는 트럭 기사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특징들은, <우주 히어로 키드>를 형식적으로 독특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 ‘내 주변의 다양한 생명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용기’, ‘죽은 자들을 충분히 기리고 애도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에도 역할을 한다. 언급한 형식적 특징들은 만화적이고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해주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고안된 장면’이나 ‘서사의 부족한 개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이런 것들이 이 만화적인 세계에서는 허용된다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히어로물의 다소 극적이고 비약적인 전개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에서는 별로 힘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그렇기에 히어로물의 가치를 충분히 음미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과장된 묘사나 전개를 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세계는 만화적인 세계임’을 암시하는 형식적 특징들은, 보는 사람들이 극적인 묘사나 서사 전개에 대한 의문을 거두고, 만화의 세계 자체에 흠뻑 빠져서 그 세계가 수호하려는 가치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배려와 존중, 절망 속에서도 뭔가 해보려는 용기가 힘을 갖는 세계에 대한 경험은, 현실에서도 우리가 그 가치들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시즌 2 "The Fallen Heroes" 모의 오아시스에서 식당 주인인 플로에게 따뜻한 대접을 받았던 외계인들은, 플로의 배려심과 다정함을 잊지 않고 이들을 구하러 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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