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 결혼 상견례를 무사히 마치고

아들 칭찬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by 이브런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어렵다.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각자에게 일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참석자를 멋지게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분은 어딜 가나 인기다.


선배 중에 인물을 소개할 때마다 주목받는 분이 있다. 장점을 발견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 소개받는 본인도 즐겁지만 듣는 사람들도 강한 인상을 갖는다.

늘 그렇지만 가족 이야기는 조심스럽고 쑥스럽다. 특히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 했다. 가끔 주변에서 묻지도 않은 자식 이야기를 늘어놔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둘째 아들 결혼을 앞두고 양가 상견례가 있었다. 양가 참석자를 미리 통보받았지만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진중한 자리다.


나는 예의상 먼저 예비신부에 대해 그간 아들과 함께 몇 번의 만남이 있어 친숙하고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만나면 만날수록 편하고 즐거운 대화가 많았다. 신랑신부 둘이 잘 어울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돈댁 앞에서 아들 장점에 대한 칭찬이다. 막상 아들을 평하고 자랑하려니 망설였다. 그렇다고 신부 느낌만 이야기하고 그만둘 수 없었다.


아들 이야기를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 할아버지 사랑이다. 실제 할아버지를 끔찍이 여긴다. 집에 오면 할아버지부터 찾는다. 솔직히 내가 인사받는 것보다 흐뭇하고 대견하다.


그렇다고 내가 웃어른에게 먼저 인사하라고 따로 가르친 적이 없다. 옛말 그대로다, 할아버지와 손자 간 소통이 유달리 살갑고 흥겹다.


또 하나는 자랑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우리 집안은 여성이 귀해 남자들이 대부분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 아들도 신부를 무척 사랑하고 아낄 것이라는 취지다.


아들 장점에 대한 덕담과 칭찬은 이것이 전부다. 자랑은 도리어 사돈 측에서 많이 했다. 사윗감으로서 믿음직하고 좋은 인상을 가지고 기대가 크다는 말에 다행이다 싶었다.


뒤돌아보니 자식들에게 엄하고 칭찬에는 인색한 편이었다. 내가 자식에게 늘 다그친다는 성화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점보다 장점을 많이 발견해서 자식 앞에서 칭찬도 직접 하고 그런 기회도 자주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게 요즘 ‘MZ세대’들이 바라는 대화법이기도 하다.


양가 상견례는 하고 싶어도 말을 아끼는 자리였지만 속으로는 자식들의 장래와 희망을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모쪼록 상견례에서 주고받은 덕담들이 애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면 좋겠다. 또 힘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어보는 추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민자치회 강사, 스승의 날 선물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