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이번 내리실 곳은 '동유럽'입니다.>
기분 좋게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풀어 놨던 짐을 다시 싸고 오스트리아로 올라간다. 할슈타트-잘츠부르크-독일의 뮌헨으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 겨울의 산길을 달려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넘어왔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은 겨울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모든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구름에 닿을 듯 높고 얇은 나무들에 쌓인 눈과 시골길에 간간이 보이는 유럽풍의 주택들 강 위에 피어오른 안개 눈이 오는 겨울 드라이브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었다. 짧은 터널을 지나 SNS에서 보던 마을과 눈의 기운이 아직은 서린 산과 맑은 할슈타트 호수가 눈에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상쾌한 오후였다.
이곳은 여태까지 우리가 다닌 여행지들과는 다르게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은 곳이었다. 단체 관광객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단체 관광객 가이드에게 아빠가 조심스레 ‘여기 맛집 있어요?’라고 물어봤더니 가이드가 ‘없어요~’라며 휙 가버렸다.
이렇게나 무례할 수가. 사람이 사는 마을 안에 먹을 맛집이 없다니. 말도 안 될뿐더러 투어 관광객도 아니라지만 그 사람의 태도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거절에도 방법이 있는데 참. 어디 관광업체인지 알아 놓을 걸 그랬다.
언짢지만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귀여운 오리들을 보며 마을을 둘러봤다. 마을의 분위기가 예뻤다. 잔잔한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마을에서 출발하는 페리와 이벤트가 되는 시계탑이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관광객이 뜻하지 않은 손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여러 나라의 언어로 ‘주민들을 위해 조용히 해주세요’가 주변에 적혀있었다. 내 기억에는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참으로 부끄러운 안내문이었다.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이 글의 맞춤법이 명확하지는 않아도 우리에게 그만큼 강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듯했다.
겨울이어서 그나마 이 정도일 텐데 봄 여름에는 주민들의 큰 불편을 살 이유가 충분했다. 산등성이 사이로 내리는 햇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할슈타트의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한편, 이곳 사람들의 표정의 내면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반대의 모습에 마음속 한구석이 편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맛집이 없다고 하니 우리가 발로 다니는 수밖에. 조그만 광장에 음식점이 몇 군데 있었다. 개개인으로 온 여행객들도 그분한테 퇴짜를 맞았는지 여기저기 음식점 앞 메뉴판을 유심히 보았다. 우리는 그중에서 제일 아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은 매일 다른 쉐프의 메뉴와 피자와 같은 양식을 판매하는 한 가정집 같은 따뜻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쉐프의 메뉴와 어제와 같이 치즈피자 두 판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아저씨가 금세 쉐프의 메뉴를 내오시더니 ‘Very best pasta’라며 쇤부른 궁전에서 먹은 것과 비슷한 치즈 페투치네 파스타를 테이블 위에 올려 주셨다.
쇤부른에서 먹은 것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는데, 간이 식탁의 난로가 아닌 실내의 온기와 함께하니 더욱 맛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치즈 파스타에 치즈피자 조합이었다. 탄산음료 없이는 불가능한 조합에 빠른 속도로 주문을 추가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호불호가 없는 음식에 ‘Very best pasta’가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