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이번 내리실 곳은 '동유럽'입니다.>
이 해안 도시는 이탈리아의 어느 아름다운 해안 마을의 느낌을 주었다. 이탈리아는 가보지 않았지만, 피란의 낭만적인 항구가 느낌 그대로의 여운을 진하게 새겼다.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쥬세페 타르티니의 이름을 딴 타르티니 광장에서 보이는 먼 아드리아해와 가까이 있는 조그만 보트들이 노을빛을 받아 일렁였고 뒤로 타르티니 동상과 성 죠지 성당이 높이 서 있었다.
관공서와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이 광장이 오히려 더 좋았다. 그림 한 폭의 콘서트를 전세를 내고 보는 기분이었다. 좁은 골목들을 지나 15세기 베네치아 고딕 양식의 빽빽한 주택들을 뒤로 가파른 길을 올랐다. 오사카성에서의 기억들을 되새기며 들숨 날숨을 빠르게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피란 성벽의 관람은 무료(?)였다.
낡은 회전문이 있었는데 관리인도 동전 투입구 같은 곳도 없었기에 밀면서 들어갔다. 이곳에서도 계단을 한 칸 두 칸 오르며 침착해졌던 숨이 힘을 쓰며 다리에도 전해지기 시작할 때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마치 이곳은 보석 같았다.
한겨울임에도 살아있는 나무의 초록색 잎들과 빼곡한 마을의 선홍빛 지붕과 그사이에 우뚝 솟은 죠지 성당 파란색 도화지에 흰 파도 그것보다는 옅은 하늘색에 주홍빛 햇살까지 내가 본 보석 중 어느 무엇과도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진귀한 것이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 입에서 ‘아름답다’라는 말이 방언처럼 나올 때까지 흘러가는 영화 같은 한 장면을 바라봤다.
성벽을 내려와 반대편으로 걸었다. 이곳의 진가는 비로소 어떤 해안 도시가 그렇듯 해가 올라오거나 넘어가는 그때 눈이 부셔 뜰 수 없을 때 발현한다. 성 죠지 성당에서는 뒤편에 펼쳐지는 아드리아해와 정면에서 더 가까이 다가온 빼곡한 집들과 반쯤 떨어진 해와 일렁이는 파도,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을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것처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여쁜 굴뚝과 간간이 보이는 분홍색의 집 텅 빈 광장에 조금씩 들어오는 불빛들을 보며 해안로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조그마한 방파제와 가까운 파도가 철렁이며 청량함까지 선사했다. 이곳에 빼앗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허기졌던 배를 2-3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피자가게에서 평범한 피자 두 판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조그맣고 아담하지만, 조개 속의 진주보다 더 밝은 아드리아해의 보석 피란은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있음을. 힘들었던 날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다른 해가 떴음을 확신하게 하는 가장 큰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