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n Nov 24. 2020

기분 따라 읽는 에세이 #1

행복의 조건?

행복의 필수 조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유인 거 같아.

한동안 난 심한 번아웃에 시달린 적이 있었어. 첫 직장에 다닐 무렵이었는데, 

입사 1년이 지나고 나닌 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거야. 

뭘 해도 행복하지 않고 늘 공허해. 늘 불안하고 초조했어.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집에 들어오면 내가 오늘 뭘 했는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느낌?

혼자 어두운 방 안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어.

그러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거야.

이 일이 앞으로의 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나랑은 안 맞는다고 느껴지는 이 모든 일들이 정말 너무나도 힘들게 느껴지는 하루하루였어.


처음에 진짜 문제는 원인이 뭔지도 모른다는 거였어.

원인이 뭔지 모르니깐 그냥 그렇게 나는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야.

속은 점점 피폐해져 가는데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말이지.

근데 어느 순간 알겠더라. 내가 괜찮지 않다는 걸.

이렇게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지.

내려온 지 얼마 안돼 마음의 짐이 없어지고 여유가 생기니깐 점점 괜찮아졌어.

거짓말처럼 날 짓누르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이 된 거 같았어.

그때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안거 같아. 내 마음의 여유.

돈, 인간관계 이런 거에서 벗어난 내 마음의 여유.

그게 내 행복의 순간이었던 거야.


훗날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들어.

그때의 나는 너무 보잘것없고, 나랑 맞지 않는 옷을 불편하게 껴입고 잘 어울리는 척하며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하루하루였다고 스스로가 느끼고 있던 건 아니었나.

돈을 벌고 있는데 남는 게 돈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고 뭣도 아닌.

사실 나름 잘하고 있었던 순간도 있고 매 순간 최고는 아닐지라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도

나는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었어.

그러니깐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던 거지. 

톱니바퀴 굴러가듯 하루는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이가 맞지 않는 무언가 였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나 봐,

아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깐 그때의 내가 제대로 보였어.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빨리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아니. 어쩌면 그것도 모르고 있었는지도.

하지만 일주일, 한 달, 반년, 점점 지나고 나니 그때의 내가 보였어.

그때의 작고 바보 같은 내가. 힘들어하는 내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자책만 하던 내가.

그래도 지금은 그때의 그 순간이 있어서 내가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상황이 없었다면 훗날, 더 늦은 순간에, 더 절박한 순간에 그런 상황을 만났다면

그때의 나처럼은 하지 못했을지 모르잖아.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모르잖아.


비록 그때는 힘들었지만, 너무 힘들어 힘든 것도 몰랐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

이렇게라도 뒤늦게 위로를 건네고 싶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거 같아.

오늘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수다를 떨어서 행복했어.

화장이 생각보다 잘 돼서 행복했고, 기름을 아껴 운전해서 행복했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오늘 나의 사소한 행동들에 기뻐하는 것.

그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것. 그럼 분명 어제 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은 행복한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유럽 여행의 시작점 #런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