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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Nov 27. 2020

퇴사하기 위해 출근합니다.

목표는 하나!

정말 내 인생 최대 꿈이자 목표다. 영원히 직장에서 퇴사하는 것. 오늘도 53254352번 정도 생각한 것 같다. 퇴사하고 싶다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찰떡궁합일 수 없으며 어느 정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부딪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게 문제다. 또라이질량보촌의법칙이라니. 물론 그들에겐 내가 또라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어떻게 보면 또라이가 맞다. 세상에 정상인이 어딨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니깐 살짝 미친 상태로 살아가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현명한 일이다. 그런 생각도 한다. 이 세상에 정상은 없어. 모두 미친 사람들이다. 그러니깐 구태여 저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그것만이 내가 덜 미치는 지름길이다.라고 생각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너무 빡칠 때가 있다. 


오늘만 해도 직장 동료와의 트러블은 나의 모든 정신을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문뜩 그 일이 생각나고, 그 상황을 생각나게 하고 내가 대체 왜!!! 이래야 되는 거지!!! 아!!! 퇴사하고 싶다!!!!!로 결론지어지게 된다. 회사에서 일만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 일 좀 하자는 게 서로 맞춰가면서 하자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를 수천번 생각한 오늘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왜 내 일이 아닌 걸 떠맡아서 하면서 기분은 기분대로 상해야 하는가? 이게 회사인가? 회사에서 시키면 불합리하고 거지 같아도 모두 참고해야 되나? 왜 그래야 되지? 아 돈 주니까? 난 분명 돈 받은 만큼은 한 거 같은데. 내 월급에 이 일은 포함 안 되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벽창호와 대화하는 기분이라 참았다. 참고 또 참았다. 


본인들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꼰대들과 일하면서 그러려니도 했다. 내가 하는 말의 반도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원래 말은 반만 이해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원래 다 그런 거닌 깐. 하지만 이게 정말 원래 다 그런 것일까? 작년에 히트를 친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을 때 단순하지만 한 가지의 생각이 들긴 했다. 참 힘들게 산다 라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 그게 어려워? 야근한다고 누가 알아줘? 아 진짜 일이 많아서 하는 야근이면 몰라, 너네 수당 받으려고 하는 그딴 거지 같은 야근 나 수당 안 받고 안 한다고! 근데 왜 내가 그런 조직을 이해 못하는, 어려서 뭘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받아야 하지? 사실 회사 돈 갉아먹는 식충이는 너네 아니야? 정해진 근무 시간에 본인 할 일 다 하고 퇴근하다! 이게 어려워? 왜 어렵지?????? 물론 일이 많을 수 있다. 그럼 어쩔 수 없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군이 있는 것처럼 달별로, 날 별로 일의 양이 다르면 당연히 야근해야 한다. 하지만 할 일 쭉 미뤄 놓고 야근 때 하는 게 정상이냐고! 전화 좀 그만하고 일 할 시간에 일을 하라고! 옥상에 가서 외치고 싶었다. 


업무 지시. 그래 업무 지시를 하면 해야지. 하는 게 맞다. 근데 왜 내가 타 부서 일을 하면서 그 불만을 이야기하면 내가 너까지 이해를 시켜야 돼?라는 반응을 얻어야 하는가. 우리는 협력 관계니까 좀 이해가 안돼도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하는 리더가 올바른 리더인가? 난 잘 모르겠다. 내 기준 그런 리더는 그냥 팀원들 개고생 시키는 리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남의 일 하다가 내 밥그릇 못 챙기면 그건 누가 알아줄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 돼야 남을 도와줄 여유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굴 도와줘? 그리고 정말 화가 나는 건 본인이 먼저 억울하다,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 입으로 온갖 이야기 다 쏟아 내놓고 막상 그런 업무가 왔을 때 이야기하면 일단 저 팀이 잘 돼야 우리도 좋은 거다. 우리가 잘해야 나중에 할 말이 생기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걸까? 정말 리더라면 그 업무를 받아올 시점에 이번에 우리가 이렇게 도와주면 그쪽에서도 이러한 부분 업무 요청할 테니 도와달라고 이야기가 돼야 되는 게 아닌가??? 남들한테 아무리 잘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 마음 하나 못 얻으면서 어떻게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일단 왜 트러블이 생기는지 원인을 짚어 보면 내일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평소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말을 하는 편이다. 나 혼자 생각하고 결론내고 오해하는 것보단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벽창호 같은 스타일이 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다 들어주고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전혀 상대방한테 와 닫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이제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말을 하지 않는다. 그걸 깨달으면 성공할 것이고 깨닫지 못하면 망했거나, 망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지혜와 관용 이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건 정말 본인 스스로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때 본인의 주장으로 설득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이야기하는지 알아야지 정말 설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았다고 한다면 그건 척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렇다고 하닌깐 응응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마음으로 멀어지고 서로 마음의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대화는 정말 중요하다. 나랑 안 맞고 트러블이 있는 사람일수록 대화를 많이 하고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보면 다 '나'만 있다. '너'는 없고. 그러니깐 다 거지 같은 거다. 간혹 마음이 잘 맞는, 친하게 지내는 몇몇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끼리 몰려다니며 이번엔 '우리'를 만든다. 회사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우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인 것 같다. 너와 나 우리가 아닌 나나나 우리가 되는 느낌이랄까? 그럼 그 우리에서 소외된 다른 사람들은 다른 우리에 들어가기 위해 기웃거린다. 그렇게 생겨난 우리들은 파벌을 만들고 선동을 하며 줄타기를 한다. 우린 그것을 라인을 탄다라고도 표현한다. 제발 회사에 왔으면 월급 받은 만큼 일만 잘 하자. 누가 회사 가서 그런 거 하라고 가리켰는지 다 엉덩이 철썩철썩 때리고 싶다. 어디서 몬 된 것만 배워 왔다는 말이 딱이다. 대체 학벌, 같은 동네 이게 왜 중요해? 회사에서 능력만큼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일 잘하는 애 승진시키고 일 못하는 애 집에 보내고. 이게 어려워? 


그놈의 사회생활. 사회생활 두 번만 했다가는 사회랑 담쌓을  판이다. 누군가는 90년대 생들을 개인주의라고 표현한다. 근데 90년대 생이라고 다 그런가? 아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런 애들도 있고 아닌 애들도 있다. 젊은 애들이라도 궂은일, 힘든 일 잘 버티고 잘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아닌 애들도 있는 거다. 싸잡아서 표현하지 말자. 우리가 싸잡아서 기성세대=꼰대라고 표현하면 좋은가? 그리고 나는 90년대 생들이 새로운 끼인 세대라고도 생각한다. 기존의 기성세대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서 사회 초년생이 된 아이들에 끼인 나이. 그 나이가 이제 90년생들이 됐다. 90년생은 어느덧 서른에 접어들었고 제일 어린 90년대 생도 이제 모두 대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이제 막 일을 시작하고 있다. 난 그래서 이 90년생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뒤에 세대들이 배우는 게 달라지는 것이다. 


난 정말 꼰대가 되고 싶지 않지만 인간이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듣는 걸 학습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경계하고 배워야 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한 발 앞서야 하고 내가 리드해야 한다. 근데 그러기도 바빠 죽겠는 이 시간에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회사라는 곳에서. 난 좋은 리더가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밑에 있는 팀원들의 올바른 성장과 팀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능력. 인성까지 훌륭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이걸 못해서 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 아니겠나? 좋은 리더를 한 번은 만나고 회사 생활을 마감해야 할 텐데. 물론 나도 시간이 흘러 리더가 된다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당장만 보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분명한 롤모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인간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걸 보고 배우는 존재이기 때문이라서.


훗날 퇴사를 꿈꾸며 일단은 오늘도 출근은 한다. 하지만 그런 날 있지 않나.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들고 우울한. 속상하고 서글픈. 회사 다니는 게 맘 편하고 좋았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맘이 편하지 않다. 맘이 매우 불편하다. 차라리 돈 없이 살아도 맘 편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말 쉽게 하지 말자. 뭐가 더 쉽고 어려운 건 없다. 내가 느끼는 만큼 어렵고 힘든 거다. 그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는 게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그 직장, 그 직장에 있는 인간들과 같이 일해 봤나? 안 일해 봤으면 말하지 말자.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나와는 최고의 파트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개새끼, 개년 일 수 있다. 함부로 단정 짓지 말자. 퇴사하기 위해 다니는 모든 이 땅의 회사원들이 오늘은 어제보다 나았길 진심으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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