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첫 만남, 그리고 새벽의 대화

한연의 비너스 3화 with GPT

by 글로

누군가가 뒤에서 근의 어깨를 ‘툭’하고 건드렸다. 근은 아무 말하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다. 소리를 내고 쓰러졌다.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느껴지는 가녀린 손바닥, 근의 등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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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시간이 얼마 지난 후, 근의 의식은 돌아왔다. 자신의 몸이 3개의 테이블에 걸쳐져 누워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있어서 실루엣은 알 수 없었지만, 앞쪽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숨소리와 온기로 그것이 사람인 것만 알 수 있었다. 근은 살며시 왼쪽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원래대로라면, 첩보영화에 나오는 그런 납치장면이 등장했어야 했다. 우락부락하고 무서운 형들이 근을 둘러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뻔했다. 아니다. 마른 동남아 장기매매단에 의해 표적납치를 당한 것이 조금 더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장기매매단이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지만, 근의 눈앞에는 연갈색 생머리에 하얀 얼굴, 그리고 선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지?’


근은 혼자서 의심했다.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평온했다. 밖의 공기는 아직 새벽처럼 가벼웠고, 한연의 비너스도 기절하기 전의 모습 그대로 있었다. 격렬한 교미의 장소는 아닌 듯했다. 아마도 바로 옆 강의실이었다. 근은 혼자서 계속 생각했다.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 속, 오른쪽 잇몸을 강하게 깨물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크게 지르고 말았다. 여자가 약간 놀란 눈치로 근을 바라보았다.


“일어났어요?”


근은 그녀를 멍하고 순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진짜 사람이었고, 얼굴과 목덜미에 선홍색 핏기가 도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근은 빨리 정신 차려야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마비된 뇌가 시키는 대로 입을 열었다.


“저… 지금 몇 시죠?”

“지금요?, 지금은… 3시 59분이네요. 정확히 말하면 4시 1분 전이고요”


그녀는 가녀린 손목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꼭 천사 같았다. 조금은 강한 인상의 천사였다. 근은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름답다. 정말…’


근이 왼쪽 입가에서는 질퍽한 분비물이 약간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정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가 봐도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근이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는 동안 그녀는 큰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아까는 많이 놀랬죠? 미안해요. 그쪽이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했어요.”

“아… 아니에요. 그냥.”


근의 멍청해진 뇌는 대화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캠퍼스의 수많은 여성들을 홀렸던 김 근의 화려한 화술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근의 말을 가로채면서 말을 이어 갔다.


“뭐를 집중해서 보고 있던 것 같았는데, 좋았어요?”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근은 상상했다. 그 어둠 속에서 그녀가 근의 뒤에 같이 서서 잠시 동안 같이 있었다는 것을, 약간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론 소름 돋는 일이었다.


“아니, 저… 그게 아니고”


그녀가 또 말했다. 멍청한 근은 말하려다가도 그녀가 다시 말하면, 그녀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나도 같이 봤는걸요. 내가 다 흥분됐다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근의 동공은 놀란 아이처럼 커졌다. 근의 적응 안 되는 표정을 본 그녀도 약간 민망한 듯, 작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농담. 이런 농담 안 좋아하나 보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이 상황이 좀 웃겨서요.”


근의 뇌가 조금 활력을 찾은 듯했다.


그녀는 근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이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근은 그녀가 더욱 궁금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생이 학교에 있었던가? 그녀는 아름다웠다. 벌써, 두 번이나 감탄사를 연발했다.


근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미 ‘아름답다’는 생각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는 것을… 신기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천사도, 신이 만든 비너스도 아닌데,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까다롭던 자신의 미의 기준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녀가 물었다. 근은 몸을 일으켰다. 오랜 시간, 새우잠을 자서 인 지, 어깨와 목이 많이 뻐근했다. 근은 목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근이 안쓰러웠는지,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어깨 좀 주물러 줄까요?”

“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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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 말하기 전에 그녀는 또다시 들어왔다. 깊게 들어간 손은 천천히 근의 묵직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근은 처음에는 부끄러워 몸을 들썩였다. 능숙한 그녀의 마사지 테크닉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여성이 마사지를…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강렬한 교미의 현장을 함께 지켜보고, 느꼈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냥, 옆에 떨어져 잠을 잔 것일 수도 있지만, 가을밤에, 새벽 가로등이 적나라하게 비추는 대학교 강의실 안에 그들의 모습이 떡하니 있다. 굉장히, 야릇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말이다.


마사지를 끝낸 그녀는 창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일어서는 순간, H라인으로 완벽하게 떨어지는 두 다리는 검은 바닥을 향해서 질주했다. 근은 생각했다. 처음 본 다리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에 봐서, 단기 기억에서 겨우 끄집어낸 추억도 아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각선미는 캠퍼스 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형체였기 때문에, 근은 곧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맞아, 점심시간’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혼자서 뭘, 그렇게 많이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벌써, 근이 익숙해진 듯했다. 짧은 치마의 옆집 누나처럼... 그녀의 말투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또다시 창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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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밤이야, 이렇게 처량하고 조용한데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저 밖의 비너스 말이야. 뭔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녀가 갑작스럽게 물었다.


“어떤 사연요?”

“그야, 나도 모르지만, 들으면 한없이 슬퍼질 것 같은 사연 일 것 같아”


3년 동안 캠퍼스를 거닐며, ‘한비’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매일 한 번씩,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그녀의 몸을 그렸지만,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슬퍼 보이긴 하네요.”

“그렇지?, 뭔가 슬퍼 보여. 뭔가.”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듯했다. 겨우 돌로 만든 동상인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겠냐만. 그녀는 뭔가 확신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아, 날씨 좋다.”

“이 새벽에요?”, 새벽 날씨는 어때야 좋은 날씨죠?”

“응? 뭐, 적당히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음… 밤의 분위기를 닮은 날씨라고나 할까?”

“그렇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근은 다시 그녀를 봤던 순간을 생각했다. 벤치에 앉아 캠퍼스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을 때였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자신의 옆을 지나갔던 여자. 근은 다시 상상했다. 후끈 달아오른 그의 페니스는 이미 바지의 지퍼와 진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근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뭔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그런데 무슨 과에요?”


갑자기 그녀가 요란한 웃음소리를 냈다. 누구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웃음소리였다.


“왜?, 무슨 과 같은데?”

“모르겠어요. 혹시 학생이 아닌가요?”

“학생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싶으면,”

“혹시, 조교는 아니죠?”

“내가? 조교? 하하하”


그녀는 조금씩 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근은 이미, 빠져들고 있었다.


그날 새벽, 인희와 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꿈같은 공기와 시간, 두 사람의 설레는 만남은 이루어졌다. 만남보다는 교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가로 등 불빛에 의지하여, 서로의 얼굴을 탐색했다. 부드러운 선과, 입술의 촉촉함이 그림처럼 서로에게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에게 집중하였다. 깊은 감각에서 우러나오는 대화였다. 그들의 첫 만남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여성의 생각들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그녀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다. 그녀는 근의 많은 질문에 하나하나씩 자세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녀가 아는 것이 모든 여성의 생각을 대표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꾀 진지한 대화가 많이 오가는 듯했다.


“여자들은 왜 남자들에게 계속해서 고쳐지지 않는 걸 요구하는 걸까요?”

“응?, 그건, 언젠가는 고쳐지겠지 하는 작은 바람에서 그러는 거 아닐까?”


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는 여성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여성과 남성, 연애와 결

혼, 성과 사랑, 알면 알수록 어렵고 답이 없는 존재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떤 남자에게 여자들은 평생을 바칠 확신을 가질까요?”


더욱 어려운 질문이었다. 애희는 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근은 애희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근이 다시 물었다.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아니,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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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예쁘고 고혹적인 여교수에게 어떻게 남자친구가 없을 수 있지? 신기했다. 골드미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런 독립적이고 진취적이 여성상의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희는 그런 골드미스의 상이 아니었다. 뭔가, 사랑을 항상 원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헌신할 것이라고 근은 강하게 느끼고 있는 표정이었다.


“남자친구보단, 남편이 생겼으면 좋겠어. 이제는...”


애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 어린 말이었다. 근은 그녀의 침울한 태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근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곧 생길 테니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져요. 정말”


꼭 남자친구가 말하는 것 같았다. 애희는 눈물을 흘렸다. 근은 정말 모든 공기에 감사했다. 그녀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자신의 그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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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그는 애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떨리는 손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그녀와의 키스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좀 더 아껴주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다. 근의 어깨에 기댄 애희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작게 숨 쉬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심장이 뛰는 걸 느끼고 있었다.


“너, 심장소리가 참 좋구나”

“네?, 심장소리요?”

“응, 심장소리. 격렬하면서도 잔잔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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