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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장의 숲

빛은 꼭 그늘을 불러온다

철학자/시인 김영민

by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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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꼭 그늘을 불러온다. 재능은 허영을, 관록은 경직을, 과욕은 환상을 불러오니, 매사 화복과 길흉이 겨끔내기로 드러난다.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는 고사처럼 길흉과 호오의 변전과 어긋남이 곧 우리의 인생이므로, 한 곳에 붙박인 채로 애착하거나 혹은 원념에 들끓을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이며, 인생의 지혜란 오직 무상의 어긋남에 응대하면서 익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욕의 별신이란, 성욕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에 다툼에서 한 걸음 떨어져나옴으로써 얻게 되는 가능성으로서 오래전에 프로이트가 '목적이 금지된 성적 충동'이라는 메시지 속에 담아둔 것이다. '성교(교미) 후에 모든 짐싱은 슬프다'고 한다면, 이 별신의 지평은 성교 전에 찾아오는 기쁨이 현명해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


-김영인 (시인/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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