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장을 움켜쥐었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中
적이 보르네시 바로 옆까지 치고 들어와 맹폭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우리 병원에 전해졌어.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 폭격당한 곳을 찾아갔지. 갔는데, 세상에... 뭘 본 줄 알아? 잘게 다져진 살점들... 지금도 입이 안 떨어져... 아이고, 세상에! 선임의사가 언른 정신 차리고 소리쳤어.
"들것 가져와!" 그때 나는 이제 막 열여섯이 된 참이었고 일행 중 가장 어렸어. 혹시 내가 기절할까봐 다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지. 우리는 기차선로를 따라 걸으며 기차칸마다 일일이 뒤지고 다녔어. 하지만 들것에 실어나를 부상자는 없었어. 기차는 홀랑 타버렸고 그 어디서도 작은 신음 소리 하나 비명소리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으니까.
살아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어. 나는 심장을 움켜쥐었어. 너무 무서워서 자꾸 눈이 감겼어. 병원으로 돌아오자 다들 아무데나 쓰러져서 누구는 책상에 머리를 쳐박고 누구는 의자 위에 앉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中,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