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쓴다는 것

강박과 글쓰기

by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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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이 순간이면, 항상 고민에 빠진다. 뭐를 쓸까? 아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 글쓰기는 늘 내게 질문을 던진다. 때로는 강박이라고 느껴질 만큼. 마치 한동안 뭐라도 쓰지 않으면, 나란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뭘 쓸 거니?"


그럼 난 대답한다.


"일단 앉아서 생각해보지 뭐."


그렇게 자리에 앉아 뭐라도 써 내려간다. 참 신기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런 건 없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발버둥 정도? 이것도 너무 거창하다.


예전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뭔가 엄청난 영감이 떠올라 그때마다 연필을 꺼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좋은 글은 한 작가가 쓴 수많은 글 중에 극히 일부일 뿐이다. 게다가 그 또한 어떤 이유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지, 글 자체가 특별해서 그런 건 아니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읽히는 순간 독자의 마음에 들었다면 잘 쓰인 글이다. 그리고 만약 마음에 깊게 심겨 두고두고 기억된다면, 그건 무엇보다 큰 영광이다.


여기서 고민을 하게 된다.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글을 써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잘 쓰려고 한다고 해서 잘 써지지도 않는다. 대부분은 그냥 쓴다.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읽히는 글이 나온다. 물론 아닐 때가 더 많다. 그때는 그냥 잠시 내려놓고 생각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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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강박 없이 할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행위 자체를 좋아서 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기분이 좋든 좋지 않든, 그리고 피곤하든 피곤하지 않든, 오늘 밤 10시에 글을 쓰기로 했으면 앉아서 뭐라도 쓰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다.


하지만, 강박을 닮은 이 글쓰기가 내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내게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인기나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 더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줄 뿐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반성하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그리고 솔직하게. 더 솔직하게.

글쓰는 행위 자체만으로 글쓰기가 완성된다고 할까? 여전히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여기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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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 한쪽에는 작은 하늘색 선풍기 하나가 돌아가고 있다. 녀석은 건조대를 향한 채, 부지런히, 지겹게, 하지만 순조롭게. 마치 강박이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왔다 갔다 한다. 저 선풍기의 단순함이 젖은 옷가지들을 말린다. 나는 글을 쓰고, 녀석은 빨래를 말린다.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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