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550개의 질문, 모임 1년 항해의 끝
질문카드 모임 1년이 남긴 것들
1년 3개월, 약 110주간 이어온 질문카드 모임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긴 논의 끝에 결정지었다. 무엇보다 운영진의 의견을 존중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더 좋은 모임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다.
모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모임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단히 기록하고자 한다.
▲ 대화의 한계가 나의 한계다
말음표게임을 하면서 "무엇이 남았을까" 생각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나의 머리를 탁 하고 때렸던 몇몇 질문들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가져다준 답과 새로운 생각들도.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을 통해 나의 관심과 세계관이 조금씩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느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부단히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떤 분야든 대화를 하려면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를 주제로 대화를 하려면 리더에 대해 일련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리더를 해봤거나 좋은 리더를 만났던 경험, 좋은 리더/좋지 않은 리더에 대한 기준, 리더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 등 다양한 요소가 대화에 영향을 미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하든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고, 대화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러려면 부단히 부딪혀야 한다. 모른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겁먹지 않고 하나씩 알아가야 한다.
언젠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형이 이런 말을 했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다 "
그는 "언어가 어떤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를 공부하고 이해한다는 건 한 세계를 새롭게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를 공부하는 것만큼 자신의 세계관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건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대화'에 적용해 본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라도 "대화가 잘 안 된다"라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중요한 건, 삶에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것이다. 지식과 관심사의 폭, 화법, 감정의 결, 그리고 대화에 임하는 마음까지. 많은 것들이 대화의 질을 결정한다.
감자기 든 생각. 이 모임이 남긴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 그건 바로 '대화를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
말음표게임을 하며 또 한 가지 느낀 사실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질문카드는 어떤 주제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능력이 있다. 모든 질문의 방향은 결국 나를 향한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나', 그런 나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는 표면적인 나의 모습 혹은 타인이 말하는 나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요즘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어디를 자주 가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물론 질문만 계속한다고 해서 나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각에 꼬리를 물다 머리가 지끈거릴 뿐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는 노력은 중요하다.
내 머릿속과 기억만을 헤집지 말고 주변의 사람과 책 등 무엇이라도 나보다 먼저 인생을 경험하고 내가 원하는 삶과 비슷한 행보를 했던 선진들의 기록을 찾아보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추억은 질문카드를 타고
어쩌면, 그동안 모임을 통해 가장 많은 걸 느끼고 얻은 사람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함께 해준 운영진, 모임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사실 이 모임을 처음 만들고자 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밀실 시(詩) 모임'을 표방했었다.
세상이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수다스럽기만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누군가 조금이나 행복을 느꼈다면 만족한다.
많은 추억들이 뭉게구름처럼 스쳐간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 8월 열대야 가득한 한강에서 함께 돗자리를 깔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시간, 옹기종기 카페에 모여 앉아한 모임원을 위한 연애 상담을 했던 추억, 그리고 홀로 집에서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글로 남겼던 시간까지.
우리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모였고, 정말 많은 삶의 조각들을 남겼다. 다음에도 그 조각을 다시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