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돈이 가르쳐준 것들

돈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by 글로

12월 22일, 2022년의 마지막 말음표게임이 열렸다. 영하 15도, 칼바람이 살을 베는 듯한 추위였지만 7명의 모임원이 시간공방(말음표게임을 하고 있는 신촌에 위치한 스터디카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운 날씨에도 모임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진은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 5명은 무엇인가. 오고 싶어서 왔다는 모임원 K의 말에 축 쳐져 있던 어깨를 쭉 폈다.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지만 언젠가부터 의무감에 형식적으로 나올 때가 많아졌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의미를 찾고 싶었다. 이 모임 속에서 말이다. 삶의 대부분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채 빠르게 흘러가지만 말음표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마치 아무 걱정도 없는 주말 저녁, 사랑하는 연인과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파스타를 먹으며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듯.


2023년에는 말음표게임이 다시 내게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 마음을 더욱 다잡아야겠다.





Q. 돈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2022년의 마지막 질문은 겨울 한파처럼 혹독했다. 자본주의인 현대 사회에서 돈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을 만큼 무서운 존재이기에. 하지만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꼭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돈 문제로 가까운 인연을 잃은 사연부터, 별생각 없이 빌려 쓴 푼돈이 크나큰 빚이 되어 돌아온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갔다.



나의 경우는 대학 시절 돈이 없어 여자친구 앞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었던 조금은 아픈 추억을 꺼냈다. 아마 대학교 2학년쯤이었을 것이다, 군대를 전역한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나에게 데이트 비용은 늘 부족했다. 당시 부모님에게 용돈을 충분히 받던 여자친구는 나보다 늘 넉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내게 건넨 한말 한 마디가 나를 무척 서럽게 만들었다.


"넌 그런 것도 못해주니까..."


물론 내가 싫어서 했던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여린 마음에 나는 별 얘기를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식의 표현으로 어물쩡 둘러댔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생각보다 많이 서럽고 자존심이 상했었나 보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겠지만 돈을 통해 현실의 냉혹함과 차가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으니까. 하지만 필요하다고 본다.


세상 만사에는 모두 이유가 있듯 돈과 관련된 사건이 주는 깨달음에도 이유가 있을테니. 손바닥에 와닿은 눈뭉치처럼 아주 차갑고 선명히 파고드는. 아프지만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것들이.


이날 모임에서 다들 공감했던 돈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남기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돈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도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문제가 생긴다.


-돈의 어원은 돌고 도는 것. 그러므로 소유하려 들지 말 것.


-자신은 돈보다 사람 혹은 사랑을 더 중요시한다고 함부로 호언장담하지 말 것.


-항상 돈 앞에서도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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