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크고 작게 결정할 일들이 많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사소한 결정부터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과 같이 인생사의 중대한 결정까지, 우리 삶은 결정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결정은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자기가 마음이 편한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이 "자기 마음 편한"이란 말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평소에 자신에 대해 잘 알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을 도울 때 더 마음이 편한지, 자기 이익을 잘 챙겼을 때 더 마음이 편한지" 같은 것에서부터, 다방면의 자기 취향을 잘 아는 것까지, 평소에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두면 작은 결정들을 조금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결정이니만큼 최대한 도전정신을 발휘해보길 바란다. 그 작은 도전들이 스스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또 작은 새로운 도전이 인생의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큰 결정이다. 직업의 선택이나 배우자의 선택 같은 결정은 인생에서 정말로 중대하다.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직이나 인간관계, 큰 투자 등의 결정도 중요한 큰 결정이 될 것이다.
엄마는 이번에 우리 가정경제에 비해 크게 투자할 기회가 생겨서 며칠을 큰 고민을 했다. 오랜시간 어깨근육이 굳어가며 고민한 결과가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다. 십년을 더 두고봐야 손익이 결정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하는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조금 성장한 듯하고, 그 치열했던 고민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너희들에게 남겨주고 싶다.
일단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을 잘 물어봐야 한다. 인생의 중대사일수록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타인에게 의지한 결정은 나의 결정이 아니다. 최종결정은 스스로 해야한다. 중대한 결정일수록 정신을 바로 차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하지만 최종결정을 하기 전까지 객관적인, 정확한 정보는 무척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두고 상황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상황판단을 할 때 여러가지를 고려해야하는데, 모든 면에서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아두어라. 전화위복이나 세옹지마라는 말은 진리와도 같다. 오히려 백프로 이익이 된다고 하면 의심해봐야 한다. 그렇기에 그 손익을 잘 따져봐야한다. 그 손익은 당장 눈앞의 손익이어선 안된다. 최소한 십년 뒤, 멀게는 인생전체를 조망한 후 손익을 따져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인생 전체를 두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안된다. 또한 그 손익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정말로 많다. 손익은 돈만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모든 요건들을 총합하는 말이다.
엄마는 이번에 사람으로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주 큰 공부가 된 것 같다. 이제껏 좋은 사람들만 만나 사람을 쉽게 믿고 살았는데, 사실 우리 삶에서는 나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십년을 살면서 나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큰 공부를 한 것 같다. 이처럼 때로는 나쁜 사람이 귀인이 되기도 한다. 나쁜 사람을 만나면 이후 나쁜 사람을 알아볼 눈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미련을 가지고 그 인간관계를 질질 끌지 말고 과감히 끝내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배우길 바란다.
인간관계에서의 선택은 참 어렵고, 참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인간관계에서의 결정이다. 그만큼 중대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만큼 신중하고, 때론 단호하게 잘 결정하게 바란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손절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필요한 단어인 것 같다. 미련스럽게 끌려다니기보다 과단히 손절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손절을 할 때에도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절대로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양희은선생님의 책 제목인데, "그러라 그래"라는 말이 있다. 엄마는 이번에 이 말을 많이 되내었다. 손절은 하되, 적은 되지말아라.
인간관계 중 배우자의 선택은 특히나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순위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아이의 엄마가 될 것을 염두해두어라.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이혼이 흔해진 사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중대한 선택을 되돌리는 일은 아주 어렵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는 온 세상일 부모이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상대도 좋은 사람을 만나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사랑이 일순위이되, 좋은 사람인지도 꼭 따져보아야한다.
요컨대 중요한 선택에서 "인생 전체"를 두고 더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첫번째로 중요하다. 그것을 잘 판단할 눈은 평소에 길러두어야 한다.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틈틈히, 그 눈을 길러두길 바란다.
두번째로 고려할 점은, "인생 전체를 두고 더 도움"이 되는 그것이 "바른 것인가, 양심에 어긋나지는 않는가, 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결정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 인생 전체에 분명히 이득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바르지 않다면 재고해볼 일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어주는 것이다. 때론 이성보다 감정이 맞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그 선택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훗날의 행동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어주고,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주어라. 그리고 앞으로 그 선택을 옳게 만들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어라.
엄마는 너희들이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을 사랑하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엄마에게 너희들은 나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다. 너희가 그토록 사랑받고 자란 존재임을 잊지 말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선택들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엄마의 이 글도 참고만 하면된다. 물고기를 잡아서 입에 넣어주고싶은 어리석은 모성에서 쓴 글이다. 또한 옳고 그름이나 이득과 손해 같은 모든 것들이 개별의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상황에서, 결국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