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게 맞을까

by SOL

내가 앞으로 바라는 걸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이들이 잘 되는 거다..

아이들이 잘 된다는 건.. 아무래도 입시에 성공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서 경제적 여유를 누리면서 사는 것일테다.

그래서 올초 잘 살던 집을 두고 학군지로 이사 나와.. 집이 주는 만족감은 포기한 채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는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내 삶을 돌아봤다.

작년, 재작년, 그 작년...

7세까지 가정보육을 하다가 초등학교를 보낸 첫째가 지금 3학년,

형아가 학교 들어가면서 6세 때 유치원에 처음 간 둘째는 올해 1학년이다.


가정보육을 할 때는 마음 한 켠이 늘 불안했다.

다들 기관에 가있을 때 나는 아이들과 집에서, 밖에서 그냥 놀았다.

엄마표 영어공부나 한글공부.. 그런 거 없이 그냥 놀았다.


그냥 놀아도 늘 바빴다.

놀이의 귀재인 아이들은 한시도 쉬지않고 놀거리를 만들어서 놀았다.

늘, 노느라 바빴지.. 심심하다고 생각할 틈이 없었다.

다음 놀이를 해야해서, 외출을 해야해서, 지금의 놀이를 아쉽게 접어야 하는 순간이 훨씬더 많았다.


첫째는 종종 둘째에게 이런 말도 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 아까부터 둘이서 잘 놀고 있었는데,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진짜 놀자!"


그렇게 항상 놀았던 아이들은 놀 시간이 부족했다.

집에서도 야외에서도 어디서든, 그 놀이를 더 이어가고 싶은데, 엄마의 성화에 놀이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일이 놀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모습이 이쁘고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 켠은 불안했다.


나만, 아니 우리 아이들만 이렇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중에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감이 항상 함께 하는 채로,

놀고 또 놀았다.



그리고 오늘 지난 시간들을 곱씹어 보면서 메모를 했는데,

24년도 복직.. 너무 힘들었음.

23년도 아이들 기관 적응.. 이때도 힘들었다.

22년도 아이들 가정보육.. 너무 행복했음.

21년도 기관 시도 후 가정보육.. 넘 잘했음.


이렇게 적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인생의 옳고 그름, 잘 사는가 못 사는가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았고 나빴고만을 따지자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가정보육의 순간들이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첫째가 3학년이 되고 9월에 처음으로 영어학원을 갔다.

주위에서 더이상은 영어학원은 미루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도 귀가 얇은 편인데, 아이일에 대해선 더욱 휘둘리는 나였기에.. 이젠 영어학원을 등록해보았다.


레벨테스트를 하고 가장 기초반(1학년 위주)에 배정되었다.

이때부터 불안하고, 그동안 영어를 가르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도 되기 시작했다.(근데 다니다 보니 2학년도, 3학년도 꽤 있는 반이었다)

처음 영어학원의 과제를 맛본 첫째는, 그 아이답지 않게 숙제 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다. 영어 학원이 너무 싫다고 그만두게 해달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지금 물러서면 안 된다는 친한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아이에게 한 달만은 꾹 참고 다녀보자고 설득했다.

항상 의젓했던 첫째는 거짓말처럼 딱 4주째 되던 날.. 드디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영어학원이 너무 재밌다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영어선생님께 아이의 레벨 업(?!) 문자를 받았다.(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


이제 더 마음이 쓰이는 (아직 영어는 커녕 한글도 제대로 적지 못하는) 둘째가 남아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우리는 학군지의 시스템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래봤자 이사 전 동네랑 차로 십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이 동네 사람들은 딱 이 동네를 학군지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마음 한 켠이 불편하다.

나는 잘 하고 있는걸까.


내 아이들이 남들(?)처럼 사교육을 받고, 그들의 진도에 맞춰서 비슷하게나마 진도가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안정감이 든다.

하지만 여기로 이사오고 난 후, 나는 아이들에게 "숙제는 다했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얼마 전 아이의 이름을 부르니, 아이가 말했다.

"나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알겠어. 숙제 다했냐는 말이지? 아직 안 했고 이제 곧 할거야."




내 휴대폰의 사진첩에 아이들 사진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아이들의 방과 후 학원 체크가 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맞는 걸까.

아이의 눈을 쳐다봐준지가, 그들의 놀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준지가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팡질팡, 어렵고 두려운 일들이 많지만

오늘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고서 깨달은 것은,

아이들이 미취학일 때 많은 놀이시간을 줬던 게

내 마음이 개운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 사진, 그 속에서 아주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그때 가정보육을 하면서 실컷 놀게 해줬던 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앞으로 둘째의 영어적응의 과제 앞에서 또 잠깐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잠깐일 거다.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었을 때, 실컷 놀게 했던 것..

엄마표 영어공부 한글공부 없이, 그냥 같이 여행하고 웃고 즐거웠던 것..

지금 생각해보니 불안할 필요도 없이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우리에게 지난 1년은 달라진 환경에 따라 조금 변화를 시도해 볼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적응도 좀 했으니,

이제부턴 조금더 놀아볼까.


다가올 겨울방학에는 또다시 놀이의 시간을 풍성하게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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