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아이들은 큰다

by SOL

올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집 둘째는, 유독 엄마에 대한 애착(?)이 강한 아이였다. (아니 그냥 아주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일지도..)

4세 때 처음 기관을 시도했을 때 엄마랑 떨어질 때부터 너무 울어서 원장선생님도 조금더 키워서 보내라 하셨고, 이후 6세 때 다시 기관을 갈 때도 걷지도 못하는 어린 동생들 틈에서 6세가 울면서 들어갔다. (그래도 울면서라도 들어가기는 했으니 2년 더 키워서 보낸 게 헛되진 않았지..)


중간에 그 기관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다른 유치원으로 옮겼는데, 트라우마 때문인지 나를 가지 못하게 하였다. 당시 유치원 선생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나는 한달가량 유치원 복도에 앉아있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내가 잘 있는지 복도를 보며 확인하던 둘째.. 뭐가 그리 불안했었던 건지, 아이는 그랬다..


그런 둘째가 올해 학교에 입학을 하는 건, 둘째만큼이나 나도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입학식 날은 아빠엄마랑 함께 가니 즐겁게 등교했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선생님께 혼이 한번 나고서는, 그 다음날부터 학교가기 싫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유치원 때도 그랬는데, 전날 밤부터해서 아침에 눈떠서도 계속 유치원 가기싫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유치원은 안 가고싶음 하루 쉬고 그랬지만, 학교는 안돼. 학교는 가기 싫어도 꼭 가야돼. 학교는 의무교육이거든.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면 엄마가 경찰서에 잡혀가."


나는 아이에게 계속 이렇게 협박(?)하며 의무교육의 의무를 다하도록 했다. 그러더니 어느날 밤에 아이가 이런 말도 했다.


"엄마, 나는 고등학교는 안 가려구."

나는 깜짝 놀라서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중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니까."

그래도 의무를 다하려는 초1이 대견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3분정도 걸리는 거리의 학교를 아이는 매일 데려다 달라고 해서 5월말까지 등교도 같이했다. 하교할 때 아이는 선생님께 받은 카라멜의 반틈을 베어먹고 찐득찐득한 반틈을 손에 꼭 쥐고 내게 먹으라고 주었다. 꽃피던 봄에는 종종 꽃잎도 따서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내게 건네주었다.


하루는 하굣길에 아이가 말했다.

"학교에 있으면 엄마가 자꾸 생각나"

"왜?"

"엄마가 혼자 집에 있어서 걱정돼"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다해도 어린아이일 때는 반대로 아이가 엄마를 더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그 말이 일리가 있다. 아이는 어디서든 엄마 걱정이다^^;;



그렇게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하며 주말만 기다리던 아이가 며칠 전 잠들기 전에 말했다.

"엄마, 나 이제 학교적응 다한 것 같아."

입학한 지 석달이 넘은 시간이지만, 그 말에 내 가슴 위 돌덩이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느리지만.. 그래도 적응을 하고 있었구나..



어제는 반 친구들은 다 나왔는데 둘째만 하교가 늦어져서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문을 나와 나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이를 보며 또 가슴이 철렁했다.

선생님께 혼이 났다는데, 엄마를 보니 눈물이 났나보다..

(나중에 이야기하길, 선생님께 혼난다고 늦어져서 엄마가 자길 기다릴 게 걱정되어서 눈물이 났단다^^;;;)


아이를 키울 때 엄마가 좀더 다부지고 용감해야하는데, 나는 아이보다 더 걱정이 많고 불안하고 작은 일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나도 아이처럼 다시 8세가 된 기분이다. 아니 내가 아이보다 더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때가 많다.


아이는 느리지만 나보다는 더 유연하게 세상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학교 적응이 다 되었다고해서 이제서야 시작해보는 학원과 방과후수업은, 의외로 재밌어한다. 덕분에 나는 그동안 12시, 1시 하교에서 한 시간씩 더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커가는 게 정말 대견하고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론 더이상 내게 매달리지않고 앞서 달려나가는 아이가 낯설다. 하지만 점점더 그렇게 되겠지. 더이상 내 손만 꼭 잡고 걷는 아이가 아닐거다. (당연히 아니어야 하고)


앞서 달려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봐주고, 힘들어 멈추면 토닥토닥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이제 점점 자신의 세계를 가꾸어갈 아이들, 그리고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나 역시 나의 세계를 가꾸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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