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탄생 30일째
배꼽 육아종으로 조리원에 머물면서 여러 차례 병원에 갔었던 우리 부부와 알콩이. 드디어 배꼽 치료가 다 끝났지만 병원은 이제 시작이었다.
알콩이가 태어나고 한 달이 되었다. 알콩이 엄마의 산부인과 진료와 알콩이의 소아과 진료가 있는 날. 나는 오전 근무 후 반차를 내고 집에 돌아와 짝꿍과 함께 능숙하게 외출 짐을 챙긴다. 젖병은 여유 있게 3개쯤 챙기고 스틱 분유도 3개를 챙긴다. 밥을 먹이고 출발해도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배가 고프다며 보채는 경우가 종종 있고, 병원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다시 분유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병원에 도착해 소아과로 향했다. 접수 후 신체 계측부터 한다. 한 달 된 알콩이는 출산 당시보다 체중은 1.2kg이 증가했고, 키는 무려 5cm나 컸다. 통계적으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위권에 랭크될만한 키와 체중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너무 잘 먹어서 두 턱이 되고 살이 접히기 시작하더니, 크려고 그랬나 보다.
소아과 선생님은 말이 빠르고 설명을 자세히 하시는 분이었다. 출산 병원에 소아과가 연계되어 있어서 이미 알콩이의 차트와 진료 기록들을 다 알고 먼저 배꼽에 대해 물어보셨다. 그리고 배꼽 상태를 확인한다. 조리원에서 딤플(엉덩이 뒤가 움푹 패이는 현상)이 있다고 해 이야기했더니 출산 때 걱정스러우면 이미 체크했을 거라면서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알콩이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자 얘가 정말 먹고 싶어서 우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그래도 배가 고픈 게 맞다고 생각되면 그냥 주란다. 원래 잘 먹는 아이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하루에 1000mL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글을 많이 봐서 이야기하니 괜찮다고 하신다. 알콩이 입술에 물집이 잡혔다고 하니 젖병을 무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해 흔히 생길 수 있다고 하신다. 결론은 알콩이는 무척 건강하고, 무척 잘 먹고 잘 크고 있다는 것. 감사했다.
진료가 끝나고,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BCG 접종.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깨에 맞는 그 불주사, 맞다. 피내용과 경피용이 있는데 피내용이 우리가 아는 그 불주사가 맞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흉터는 경피용이 덜 지는데, WHO나 보건 당국에서는 피내용을 더 추천한다고 하기에 우리는 피내용으로 하기로 했다. 알콩이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 그녀에겐 당연히 선택권이 없었다. (미안, 알콩아.)
주사실에서 알콩이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엄마만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라고 해서 나는 밖에서 멀거니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출산 당시 이후로 가장 큰 알콩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깨를 반쯤 까고 주사 자국이 난 상태로 처절하게 우는 알콩이를 안고 짝꿍이 주사실을 빠져나왔다. 알콩이가 힘이 워낙 좋아 주사 맞히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는 알콩이를 달래기 위해 짝꿍은 수유실로 가서 알콩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달래주었다. 수유실 역시 남성 출입 불가이기 때문에 나는 또 밖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앞으로도 이런 예방 접종을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할까. 무척 많이 남았다. 지금이야 병원인 줄 모르고 데려오는 대로 맞고 울겠지만, 병원이란 존재를 인식한다면, 과연 알콩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한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불주사를 경험해봤으니 다른 주사들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아팠는지 이 날은 평소보다 덜 먹고 더 많이 잤다.
알콩아. 이게 불주사란다. 이제 부지런히 예방 접종하고, 건강하게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