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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Feb 08. 2023

나의 친구 (2) 곰군.  

어찌 보면 나와 가장 닮은 녀석

기타 목적으로 J님이 제안을 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 주세요.


어느 날, 브런치로 하나의 알림이 도착했다. 누군가가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브런치 생활 중에 처음으로 도착한 제안 알림에 설레었다. 그런데 가만. J... J... 어디서 본 듯하다. 그의 제안은 2023년에는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자신을 모를 거라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J로 시작하는 아이디와 mccrazy로 시작하는 메일 주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녀석과 함께 게임을 한 시간이 얼마인데. 함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와 같은 게임을 한 세월이 얼마던가. 이 녀석은 내 친구 곰군이다. 아마도 얼마 전에 임군에 대한 글을 쓴 것이 도화선이 된 모양이다.

 

임, 손.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신, 양과 비교하면 곰은 비교적 늦은 고등학교 1학년 후반, 본격적으로는 2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지금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학원 친구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친구는 고1 후반부에 학원에서 같은 반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되었다.


곰은 서울이 아닌 김포에서 학교를 다니고, 집도 김포였기에 오며 가며 한 번쯤 봤을 법한 동네 친구가 아니었다. 게다가 덩치는 오죽 컸을까. 키는 나보다 살짝 작았는데 체중은 거의 내 두 배쯤 되어 보이던 곰은 학교 끝나고 학원 수업시간보다 일찍 학원에 오던 나와 자주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친해지게 되었다. 손, 신 등에게 곰을 소개해준 이도 나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이 모임은 만든 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은 하게 된다.


고1 겨울방학. 학원에서는 고2로 올라가는 시기이다. 이때 학원에서 시험을 보고, 신과 곰과 함께 세 사람이 처음 노래방에 갔다. 어쩌다 이 조합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신나게 놀았다. 예나 지금이나 곰은 노래를 잘 불렀고, 신 또한 노래를 잘 불렀기에 이후 우리는 시간만 나면 노래방에 갔다. 방학 때는 거의 매일, 가끔은 하루 두 번씩 노래방에 갔다. 그리고 당시 노래방 비용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던 이도 바로 곰이었다.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곰은 김포 출신이다. 덕분에 언젠가 한 번은 손, 신, 한(한은 추후에 소개하기로 하자.) 등과 함께 곰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던 그의 집은 과연 전기와 수도는 나올지 의심스러웠지만, 누구보다 크고 좋은 양옥집이었다. 집 옆에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양계장과 비닐하우스도 자리하고 있었다. 밤새 놀고 곰이 아침에 밥을 차려줬는데, 나만 라면을 끓여 먹었다. 내가 맛있게 라면을 먹는 사이, 다른 친구들이 먹은 밥에서 맛깔난 쌀벌레가 다수 나왔다. 졸지에 내가 승리자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다 같이 길을 가다가 승용차와 곰이 살짝 접촉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원래 그 차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승용차는 범퍼에 손상을 입었고, 곰은 타박상조차 없었다는 점이었다. 엄청 살살 부딪히기는 했지만 이후로 한동안 "조심해, 차 다쳐."라는 대사가 우리 사이에서 유행했다.


곰은 친구들 중에서 나와 가장 성향이 비슷하다. 우리 중에서 몇 없었던 문과생 중 하나였고, 판타지, 무협 소설 등을 좋아하는 점도 비슷하다. 같은 프로야구팀을 응원하고, 같은 유럽 리그의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대화가 잘 된다는 점 또한 그렇다. 친구들 중에 하드코어 게이머도 곰과 나, 단 둘 뿐이라서 대화 주제도 가장 풍부한 편이다.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그가 바로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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