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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애 Oct 08. 2020

마흔 셋 딸, 엄마와의 여행 2020.10 intro.

  이번이 엄마와 함께하는 세번째 여행이다. 첫 여행은 법원에서 협의 이혼 판결뒤 정리되었지만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상태에서 엄마와 새언니, 조카를 데리고 전주 여행이고 두 번째 여행은 엄마와 새언니 이렇게 여자 셋이서만 강원도 동해로 1박 2일 여행, 오늘은 세번째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나와 엄마, 두 아들을 데리고 속초, 강릉, 삼척까지 돌아보는 2박 3일의 계획이다. 오늘은 여행이 두번째 날이고 아침 식사를 마친뒤 숙소를 나와 안목해변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커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나의 엄마는 지금 안목해변이 보이는 카페의 창가에 앉아 뜨거운 카페라떼와 토스트를 드시며 아이패드 한번 바라보았다 창 밖의 바다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하신다. 이 나이에 고작 세번째 여행인 못난 딸이긴한데 지금 보다 더 늦기전에 엄마와 여행도 다니고 아이들과도 함께 보낼 수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혼 전 돈 버는 것에만 집중했고 나였고 힘들게 번 돈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것처럼 다 빠져나갔던 삶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니까,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씩 쌓아가는 삶을 살 수있어서 엄마와 여행을 올 수있는 작은 능력을 갖게되었으니 기쁜 마음이다.


  엄마 집에 두유 한박스만 주문해 보내도 왜 돈을 쓰냐며 꾸짖던 엄마인데 이제는 그렇게까지 이야길 하지 않으시고 가끔 식당에서 밥을 사드린다해도 좋다고 하신다. 이번 여행도 흔쾌히 동의하셨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나를 기다려주신 엄마가 고맙다.


  어쨌거나 나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워내야하니 힘든건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마이너스로 만드는 사람이 이제 없으니 엄마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신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마음껏 즐기고 여유로울수 있다면 너무 좋을텐데 수시로 '양육비' 문제가 떠오른다. 이달 말 양육비 입금 기일에도 입금이 되지 않으면 이행명령을 한번 더 해야해서 스트레스가 있다. 일상이었다면 계속 이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답답했겠지만 행을 와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바다가를 마주하니 아주 가끔만 답답한 마음이 들뿐이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차분해지는 나의 감정 변화를 돌아보며 나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오빠의 아내인 새언니는 나랑 엄마랑 쿵짝이 잘 맞는 사람인데 함께 못해서 아쉽다. 운전 실력이 더 뛰어나고 차가 더 컸더면 어떻게든 일정을 맞춰서 같이 왔을텐데.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이 함께 하질 못하니 여행 와 있는 내내 그립고 생각이 난다.


  이제 슬슬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마무리되어간다. 정리하고 오늘의 첫 여행지인 하슬라아트월드에 가야겠다.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글을 적을 수 있게 되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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