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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온 결 Feb 05. 2024

이번주는 쉽니다

요즘 작가들은 남의 글을 읽지 않는다.

이번주는 글쓰기 수업이 없습니다.


매주 가는 수업이라 고되기도 하지만 기다려지기도 하는 그런 중독성 있는 모임이 이번주 쉬어요. 그러다보니 그 쉬는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얼마 전 브런치 글에서 누군가 '요즘 사람들은 남의 글을 읽지 않고 자기 글만 쓴다'고 한 글귀가 자꾸 생각나 도서관에 갔어요. 통진 도서관은 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찾는 고즈넉한 도서관입니다. 주말 오전임에도 장기도서관과는 다르게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도서관이었어요. 신간 서적으로 가 새로 발간된 따끈한 책들을 골라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신간 서적 코너는 때묻지 않은 책을 먼저 읽을 수 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얼마 전까지 연체된 탓으로 책을 빌리지 못했어요. 그 목마름을 채우듯 유모차 짐칸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가득 책을 빌려왔습니다. 글쓰기를 잠시 쉬고 책읽기에 들어간 시간입니다. 제가 계획을 세우지만 아이들 돌보며 책을 펼치기 녹록치 않은 주말을 보내요. 아이 우유 데우는 1분 10초 동안 전자레인지 옆에 둔 가벼운 책을 잠시 펼쳐 봅니다. 전자파가 안좋으니 살짝 몸을 돌려 보아요. 몸 생각하는 엄마입니다.


"이게 스페인어라고?"

홍은님이 쓰시고 이응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스페인어를 좋아하는 제가 생활속에서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네요. 스무살이 넘어 영어는 식상하다 생각하며 스페인어를 배워두었습니다. 종로에 비싼 학원을 다니며 배워둔 덕분에 스페인어를 보면 설레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 열심히 다녔던거 같습니다. 그러나 세월에 장사없다하듯 시간이 흐르니 식상했던 영어의 끝을 잡고 스페인어는 꼬리도 못잡고 살고 있습니다. 생활 속 스페인어라니...재미난 구성으로 쉬이쉬이 넘어가는 재미난 책입니다.


아, 첫 페이지에 세종대왕이 "이게 스페인어라고?" 제목을 다시한번 이야기 해주시는데 웃음을 자아내요. 혼자 읽기 아까워서 친구들에게 또 브런치 동료? 작가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이네요. 글에 사람의 냄새가 묻어나잖아요? 우리 글쓰니 다 그 느낌 아실텐데요~ 홍은 작가님의 밝음이 묻어나는 책이었습니다.


두번째 책은 '베르베르의 조각들'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라는 책입니다.

아이를 안고 책을 고르는데 한 페이지에서 베르베르가 커피숍 책상 세개를 붙여 작업을 한다는 글을 보았어요.

"와~ 이정도 작가가 되면 커피숍에 혼자 가서 테이블 세개 붙여서 일하는구나!!"

눈치보지 않게 이층에 있는 커피숍같긴 한데, 그 모습이 멋져보여 빌려온 책입니다. 유모차 끌고 들어가는 엄마 손님은 눈치보여서 커피랑 뜬금없이 탄산수, 조각케이크같은것도 시켜야 하거든요. 딸을 데리고 가서 흘리고 먹고 오는 날에는 바닥 청소도 해드리고 옵니다. 베테랑 작가의 글쓰는 모습을 훔쳐보고 싶어서 빌려온 책입니다. 타인의 일상이 궁금한 저는 아주 귀가 얇은 그의 팬이거든요.


세번째 책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지영 작가님의 에세이 입니다.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가 부제목인데 부제목과 상큼한 표지에 반해 데리고 온 책입니다. 이렇게 제목의 중요성과 표지의 인상이 독자의 선택을 좌우하나봅니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가장 기대되는 책은 '근대 한국 아동문학' 입니다. 2022 세종도서로 선정된 책이고 표지나 제목은 너무 투박합니다. 게다가 근대 한국 아동문학의 저자가 '다프나 주르'.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했습니다. 지배받았던 시기의 아동기, 미래가 사라져 가는 일제 강점기에 아이들을 위해 어떤 글이 쓰였는지 궁금했다는 저자의 글에 마음이 닿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처럼 외세의 지배를 받는 시기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아이들의 꿈이 너무 획일적이고 기획되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듯 합니다. 나도 내 아이의 꿈과 미래를 이미 결정지어 놓고 그곳으로 아이를 데려다 놓으려 하는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동화 작가를 꿈꾸기에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아이가 잠들면 바로 읽으려고 가장 가까이에 두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한손으로 들고 읽기에는 무게가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렇게 무겁고 어려운 책이 좋습니다.


너무 가볍게 읽히는 글과 책은 다시 손이 가지 않게 되더라구요. 어려워 내려놓은 책은 언젠가 다시 손이 가게 되고 그 페이지를 열어 다시 못다 푼 수학 문제를 들여다보듯 읽게 되니깐요. 이번주는 이렇게 빌려온 책들을 읽고 연체되기 전에 반납을 할 계획입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반납하기 싫어지는데...걱정입니다.


누가 써놓은 글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요즘것들을 책 안읽는다는 스치는 글에 나혼자 뜨끔하여 책을 빌려다 읽어봅니다.


글쓰는 여러분은 지금 무슨 책을 읽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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