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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온 결 Mar 18. 2024

빨리 걸으시나요?

앞사람의 발걸음

친구네 집에 아이를 맡기고 병원에 갑니다

친구네 아파트 옆 집 아저씨랑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어요. 같이 내리고 또 아파트 입구까지 가는 길이 같았습니다. 옆 집 아저씨가 먼저 걸으시고 제가 따라 걸었어요.


그 발걸음이 뭐랄까 반박자 늦는 기분이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는 발을 디디려다 조금 멈칫하며 그 분 뒤를 따라 걸었습니다. 몇걸음 걷다보니 그 분의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걷게 되었어요. 길지 않은 거리를 나란히 걸었습니다.


급한 마음 잠시 내려 놓고 발걸음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걸으라 알려주시는 듯 말이죠.


잘 다녀오시라 먼저 뒤돌아 저에게 인사해주셨습니다.

이미 얼굴에 함박 웃음을 준비해 놓은 터라 씩씩한 어린아이처럼 대답하고 인사를 꾸벅 했습니다.


앞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누굴 만날지 모르니깐요.


수능을 마치고 속초에 놀러가 흔들바위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정상 가까이 올라갔는데 너무 힘들고 갑자기 밀려오는 공포에 눈물이 났어요. 혼자 산에 오르는 저를 보고 한 노부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곳을 보지 말고 내 발만 보며 일단 따라오라고 말이죠. 그렇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두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발을 보며 오르니 정상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그 분들의 뒤를 따라 찬찬히 내려왔지요.


수십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 분들의 발걸음이 생각나요.

오늘 마주친 친구네 옆 집 아저씨의 강직하게 느껴진 발걸음에 나를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꾸물거리는 아이를 뒤로 한 채 항상 앞장서서 뛰어갈 듯 걷습니다. 아이는 항상 울상으로 저를 따라오지요. 이제 좀 무거운 신발을 신고서라도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지하철 놓칠까봐 넘어지듯 뛰어 잡아 탄 저입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더 천천히 걸어보겠습니다.


당신의 발걸음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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