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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을 부러워한다

그렇게 부러워하며 세월이 흘렀다

by 서 온 결

20대 초반, 그러니까 2000년 초반에 옛날 남자친구 차 안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차 안에서 지루하게 앉아있지 말라고 가볍게 읽을 책을 샀다는 것이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나를 배려한 그의 따뜻함과 작은 배려에 항상 핀잔을 주며 가볍게 그 책을 읽었었다.


이렇게 간단한 그림과 일상을 이야기하다니.. 별거 아닌 이야기들로 채워진 그 책을 보며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세월이 조금씩 흐르더니 어느새 이십 년이 꽉 차고 넘치게 흘러버렸다.


그 스노우캣이라는 캐릭터는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고, 나도 나이를 먹었다. 나도 이까짓 것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무언가 시작했더라면 지금 조금은 달라졌을 텐데. 그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가끔 스노우캣을 들여다본다. 작가에 대한 질투를 가지고 그리고 옛 연인의 차 조수석에 앉아 걱정 하나도 없는 어린 대학생의 모습으로 말이다. 스노우캣은 나에게 그런 동경과 질투의 대상이다.


셋째를 낳고 나 스스로에게 드로잉패드를 하나 선물했다.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곧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볼 참이다. 이십 년 전에 시작했더라면 더 훌륭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부터 십 년 후에 만날 낯선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스노우캣.. 그럼 나는 스노도그, 스노스톤, 스노북, 스노트리, 스노우맨…


나는 따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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