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해지는 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이야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친해진 녀석이 있었다
그놈은 참 별 볼 일 없는 녀석이었다. 나도 그랬다.
우리는 서로 도서관 출석 체크를 확인하며 건강한 동지이자 경쟁자로 친해졌다.
안경을 쓰고 항상 자전거를 서서 타던 녀석이다.
공부를 못하지만 참 성실했던 녀석이 잘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안경 닦기.
앉아서 싸구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 종종 안경을 닦았다. 그럼 나도 안경을 벗어 닦아달라고 했는데 그 녀석이 닦아주면 안경이 참 깨끗해졌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지 가끔 궁금해진다.
나는 떨어졌다.
대신, 겸손함을 배웠고 안경을 닦으면 세상이 더
살만하고 즐거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안경수건을 사게 되었다.
안경점에서 공짜로 나누어주는 것을 돈 주고 산다.
이왕이면 멋진 것으로 말이다.
며칠 전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내리는듯하여 아이들 유치원에 보내고 부랴부랴 창덕궁으로 갔다. 눈이 내리면 꼭 고궁에 가는 게
나의 취미? 다.
그곳에 가면 안경수건을 한 장 사 오는데
이번에는 재미나게 생긴 것을 골랐다.
안경수건 한 장 산다고 삶이 즐거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안경을 닦는 시간만큼은 즐거워진다.
당신도 안경을 닦아보라. 즐겁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