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위에 쌓은 모래의 성
모래 위에 거대하게 쌓은 성은 곧 무너졌다.
가장 먼저 펑크가 났던 지점은
'내가 수능을 본 지 너무 오래됐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7월에 독학재수학원에 들어가서,
문제들을 풀기 시작하면서 국어 문제지를 보고,
'국어가... 내가 알던 그 친구들이 아닌데? 너희 되게 낯설다?'
나는 모래 위에 맨몸으로 주저앉아야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2016 수능을 마지막으로 수능을 더 이상 응시하지 않았고,
그나마 과외용으로 풀어봤던 수학을 제외하면 국어는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는 수능에서 국어에 매번 뒤통수를 맞아서 국어를 푸는 것조차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근데, 어쨌든 더프 7월 모의고사는 피할 수 없었다.
장학금은 어쨌든 받아야 했으니까.
... 그 시험은 뭐가 어땠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단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배치표 상 나는 겨우 인서울을 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국어가 3등급이었나?
수학이 2등급.
영어는 기반이 있으니 1등급.
탐구는 진짜 등급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사람이었다.
결국 센터 과목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때 국어 선생님께서는 국어로 진입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을 마련해 주셨다.
그 발판을 통해, 내가 멍청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수학 선생님을 통해서는 훌륭한 인강 강사를 알게 됐다.
나는 여전히 그분을 학생들에게 추천하곤 한다.
(이 내용은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으면 다뤄보고자 하는데,
그분이 왜 잘 가르치는 강사인지를 말하려면, 필연적으로 가짜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야 한다.
이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이다.)
어쨌든 나는 국어는 우직하게 밀기로,
수학은 그분들의 인강을 듣기로
과탐도 우직하게 국어처럼 밀기로 하고,
그렇게 7월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이 수험 과정에
어떤 균열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균열이라는 것은
때로는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모래의 성은, 때로는 타인이 흔들림이 내 성을 무너뜨릴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