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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재수학원 생존기 -3

왜 하필 독학재수학원이었나?

by 리드믹스터디

'수능? 그거 끽해야 고등학생 시험 아니냐?'

나는 결국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다소 무모한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에 6월 평가원 모의고사부터 시간을 재고 풀어보기로 했다.

자세한 점수는 기억이 안 나는데, 국어는 2등급 한 중반 정도,

수학은 그때도 과외를 하고 있었어서 미리 풀어봤기 때문에 시간을 재고 푸는 의미가 없었다.

영어는 상대 평가 시절, 그 악명 높은 2014 수능 영어 B형에서도 만점이었으니,

안 풀어봐도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나는 정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사실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지금은 달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서, 그 걱정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만 해두기로 결정한다.


내 첫 감상은, '오... 이 정도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그러고는, 스스로 자가진단을 내렸다.

'이거 혼자서도 준비해 볼 만하겠는데?'

서울대를 갔던 삼수생 시절에,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재수 시절에는 재수학원에 다닌답시고 맨날 수업 들으면서 졸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따라서 재수학원은 그 과정에서 배제.

내게 남은 것은 혼자 공부한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중 고등학교 내신 시험 기간에 중/고등학생 무리들이 떠드는 상황을 견뎌야 하는 것에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다른 대안이 있나 알아보던 중, 독학재수학원에 눈이 가게 됐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이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나는 그때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었고,

집안 사정도 좋지 못해서 지원을 많이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공부에만 집중 가능하도록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제도를 운영 중이었다.

그때 알바를 해서 번 돈,

그리고 대충 군대 전역 이후로 돈을 별로 쓰지 않아 남은 돈을 모아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2020년 7월 경, 독학재수학원의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당시에 나는 화상 과외 업체로부터 학생 두 명 정도를 맡아서 과외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내 리듬을 과신하고 있었기에 11월에 바로 의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외 학생들에게는 나도 수능에 도전할 거라고 얘기하고,

과외 시간을 최대한 토요일, 일요일에 모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몇 달 뒤에 깨닫고 만다.

스스로의 가능성에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모래 위에 올린 거대한 성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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