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작은 반란
얼마 전, 나는 30년 동안 이어온 습관 하나를 깼다.
결혼 생활 내내 남편과 다투고 나면,
결국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은 늘 나였다.
집 안을 감도는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힘들었고,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
나를 방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억울하고 속이 상해도
늘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그 공기를 흩뜨려 놓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생애 처음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먼저 화해를 청하지 않은 채 버텨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내게 마음을 쏟아낼 '브런치'라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은
오랫동안 내게 권위적인 존재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남편은 아버지와 달리
먼저 화해를 할 줄 몰랐다.
늘 자신이 옳다는 듯 묵묵히 버티는 사람이었다.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돌아섰을 내 성격이지만,
나는 수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속을 끓이고 살아왔다.
그런 내가 이번에는 한 달을 오롯이 버텼다.
브런치에 내 마음을 풀어놓을 자리가 있었고,
나의 독백을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공감해 주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읽어주었다.
그 눈길들만으로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였을까. 남편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그 사람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자,
내 마음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당신, 앞으로도 계속 자기 태도가 옳다고 고집 피우면...
나 브런치에 이 상황 다 써버릴 거야.”
농담 같기도 하고 귀여운 협박 같기도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뿐해졌다.
처음으로 내가 <관계의 약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남은 우리의 삶에는
또 수많은 갈등과 이야기가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는 브런치라는 든든한 공간이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보이지 않는 내 편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 웃으며 경고한다. “조심해. 나 브런치 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