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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Mar 20. 2024

서울대생들은 초중고때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북리뷰

국어점수는 집을 팔아도 안 나온다?



모국어라고 등하시하던 국어가 대입수능에서 '변별력' 과목으로 주목받더니 지난 해 수능에서 '가장 속 썩인 과목'이 되면서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다. 오죽하면 대치동에서 "의대에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지만, 명문의대와 일반의대는 국어 실력으로 갈린다.", "대학합격은 수학이 정하고, 대학교는 국어가 정한다!" 라는 말까지 떠돌까. 


문제는 '국어'란 게 한 두해 준비해서 점수가 높아질 과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처럼 국어라는 과목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읽으면, 잘 읽으면, 많이 읽으면' 높은 점수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내 아이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여기 그 방법에 대해 해답을 주는 책이 있다.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라는 대담한 제목의 책인데, 서울대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교양 강의를 십수 년간 해 온 저자가 썼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의 따님이 저자라는 것.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 나민애 교수는 어려서 책 읽기를 좋아했고 지금은 서울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쓴 책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고민한 내용, 자기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바탕 삼아 국어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꿀팁'을 담았습니다. 대를 이어온 노하우를 합쳤으니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을 믿습니다. - 나태주 시인 추천사


나태주 시인 가족의 대를 이어온 국어교육 노하우라는 꿀팁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부터 만나보자.





서울대생의 육성으로 직접 전하는 초중고 독서의 중요성!



이 책의 강점은 서울대학생들의 초중고 학창시절 독서습관과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울대생들에게 십수년간 강의를 하면서 진행한 설문을 수집한 결과 '서울대생들은 초중고 시절 책을 꽤 많이 읽었고 좋아했다' 대답했다고 말한다. 독자라면 누구나 짐작하거나 공감할 법한 답이지만, 구체적인 설문내용을 들어보면 흠칫 놀란다.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은 편이 69% 였고,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은 이유는 재미있어서, 부모님 때문에, 환경적으로 도서관을 자주 가서 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76%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들이 책을 좋아한데는 부모의 영향이 지대했다. 부모가 책을 많이 읽었고,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으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초등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그럴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었다.



책<국어 잘 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본문 19쪽


아이가 심심해져야 읽는다?


하지만 초등 아이를 둔 부모 중에 아이의 독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다. 오히려 부모는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라서 노력하지만 아이가 좀처럼 책을 읽지 않으려 해서 갈등이 생기는 가정이 더 많다. 그렇다면 서울대생은 초등학생 시절 어떤 환경이었길래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좋아하게 된 걸까? 그 비밀 역시 의외였다.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다. 



책<국어 잘 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본문 23쪽



저자는 이에 대해 '아이는 심심해야 책을 읽는다. 최신 스마트폰은 최대한 늦게 사주고, 데이터는 꽉 잠가놔야 한다. TV는 없애도 괜찮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지 않는다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을까 두려워 마라. 볼 때가 되면 금방 뒤따라 잡는다고 말한다. 


나 역시 아이들 독서의 최대 적은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고, 초등 5학년이 된 아이에게 사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세대인 요즘 아이들에게 디지털 세상으로부터 아예 차단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가 숙제와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등 모두 마치면 시간을 정하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유튜브를 보고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있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디지털을 경험한다는 '시간적 물리적 제한'을 통해 아이 시간을 통제하고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아이 독서달인 되기의 분기점, 중학교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중학교 시절 독서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한 서울대생들이 무려 63%에 달한다는 거였다. 서울대생이라면 초등 5~6학년만 되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책은 나중에 읽고 공부나 하라고 부모가 말렸을 법한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이었다. 오히려 서울대생들은 '중학교 때 책을 많이 읽으면 성적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책과 친해질 마지막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책<국어 잘 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본문 31쪽



"중학교 때  책을 많이 읽으면 뭐가 좋길래 그 중요한 시기에도 독서를 해야 하지?" 하고 궁금하다면 서울대생의 목소리를 참고하면 된다.


"중학생 때는 선행 학습보다는 많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히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다니면서 전에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답답한 경우가 많았어요."


"관심사에 관한 책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그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도 많이 읽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통해 저보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기르면 수능에서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스쳐지나가듯 읽었던 것이 고등학교, 대학교의 과정을 거칠 때 좋은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정말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은 다방면에서 박식하고 어휘 수준이나 표현력이 뛰어나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글을 이해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리다. 특히 외고에 진학해 우수한 친구들가 함께 공부할 때, 같은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주변 친구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성적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책<국어 잘 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본문 32~33쪽 발췌)


놀라운 점은 고등학교 시절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다는 학생이 42%에 달했고, 그럼에도 27%는 시간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읽었다는 내용이다. 고등학교의 '내신지옥'에 시달리면 잘 시간도 없는데, 그래서 책을 읽었다는 학생이 책벌레 같은 학생 10명 남짓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00명 중 27명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라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때 읽은 책은 수능시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도 말하고 있다. 


필경 초등 중등 시절 책읽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시절에도 책을 읽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쯤되면 책읽기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책읽는 시간을 만든다는 건 의무가 아니라 휴식시간이자 놀이가 된다.  


저자 역시 초등 중등 시절의 독서는 아이들이 독서 달인이 되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독서력은 장기간에 걸쳐 기를 수밖에 없고, 그 초석은 어릴 때부터 쌓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자전거 타는 법은 한 번 배워놓으면 이후 몸이 기억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 읽는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감각을 써서, 훈련과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능력을 퇴화하게 두지 말고 계속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아이의 학업 생활, 취업, 직장 생활, 인생 계획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책<국어 잘 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본문 39쪽)





가장 알찬 초중고 독서 로드맵


이 책의 초반만 살펴봤는데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후로는 '집에서 시작하는 공부 달인 프로젝트', '국어 달인의 핵심, 어휘력 키우기', '초등부터 고등까지 단계별 국어 로드맵'을 주제로 한 유익한 내용들이 계속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이론은 싹 빼고 실전'만 담고 있다. 아이가 책을 잘 읽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들로 가득하다. 특히 부모들이 가장 곤란해하는 아이들의 초중고 학년별 추천도서도 짧은 요약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압권은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부록인데 제목이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꼽은 중,고등 추천도서'다. 전공불문, 경영대학, 공과대학, 사회대학, 의치약 대학, 인문대학 등 희망하는 지망대학의 계열별로 구분되어 추천되는 책들은 고교생, 특히 수험생의 입결을 높여줄 치트키로 쓸 만하다.


서울대생들의 독서이력을 통해 어릴 때 책과 친해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아울러 초등 국어 달인이 되려면 책과 친해져야 하고, 초등학생 때 책과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부족한 중, 고교 때도 꾸준히 책을 읽어 결국 수능과 면접, 논술 등 입결에도 기여한다는 '국어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아이의 독서활동은 물론 국어공부 교육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가성비 좋은 국어교육서다. 이 책을 잘 읽고 따라한다면 왠만한 국어 논술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나은 아웃풋을 얻을 것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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