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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pr 19. 2024

내 아이가 서점에 가서 내 책을 갖게 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초등독서 로드맵(16)

- 초등 중학년 내 아이가 서점에 가서 내 책을 갖게 하세요 



지난겨울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어요. 

고3으로 재학 중인 큰 딸이 연세대에 합격을 했다며 축하해 달라는 소식이었죠. 10년 전 ‘독서와 글쓰기 입문 6주 과정’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은 강연 이후에도 초등학교 딸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도맡아 하면서 저와 만나 많은 상담과 실천을 해 왔던 터라, 저는 내 아이의 일처럼 반가워하며 축하해 줬어요. 대화 중에 지인은 “딸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한 건 온전히 독서 덕분” 이었다며 기뻐했어요. 


지인은 자신의 딸이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잘 배운 덕분에 국어, 영어, 역사, 사회, 과학 등 글로 익히는 과목들을 비교적 쉽게 공부했고, 남는 시간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수학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지인의 큰 딸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잘 배운 덕에 학창시절 내내 책 읽기를 즐긴 학생으로 변한 사례입니다. 중고교 시절 중간, 기말고사를 마치면 시험공부 하느라 한동안 읽지 못한 책을 몰두해서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 정도였으니까요. 또래의 청소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러운 습관이었죠. 



@pixabay



“따님이 그렇게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제가 지인에게 확인차 물었더니 지인은 이렇게 답했어요.


“작가님이 아시다시피 책 읽기는 즐거운 거잖아요. 저는 제 딸에게 그걸 직접 몸으로 느껴주려고 노력했어요. 우선 저는 아이들이 거실에서 공부할 때 그 옆에서 책을 읽었어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나의 책 읽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생각하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서점에 갔어요. 도서관도 몇 번 갔었지만 아이들이 서점을 더 좋아하더군요. 

한 시간 남짓 아이들이 지금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나면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먹고 싶다는 맛집에 들려 외식을 하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구입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2주에 한 번 꼴로 가는 서점순례를 했는데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은 집안 행사였지요.” 



@pixabay



지인의 대답 중에 주목할 점이 한 가지 있어요.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책을 사러 정기적으로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맛집에서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서 서점가는 일을 즐거운 가족 행사로 만든 일이에요.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책을 손에 넣는 일부터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해요. 저는 가급적이면 아이가 읽을 책은 구입하기를 권합니다. 


책을 구입해줘야 할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빌린 책이 아니라 내 책을 갖게 되면 책을 읽은 후 독서록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읽기가 인풋(input)이라면 독서록은 아웃풋(output)이라고 말한 바 있어요. 책 읽기는 아웃풋을 낼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부터 숙제로 일기와 독서록 쓰기를 숙제로 내주는데요, 아이가 독서록 쓰기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책을 가지고 내 맘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록을 쓰려면 인풋과 아웃풋 사이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공감하고, 반론하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책 한 권을 뚝딱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로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 중학년인 3학년이 되면 읽는 책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려면 책을 읽는 중간 마다 중심단어, 중심문장, 주제, 인상적인 대목 등을 찾아 밑줄을 치거나 색칠을 하고, 한쪽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하고, 가능하다면 여백에 내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 



@pixabay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인풋 밖에 할 수 없어요. 물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읽기만 하고 따로 노트에 피드백에 관련된 내용을 따로 적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말이 쉽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에요. 

대학 강의를 듣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따로 기록을 하다 보면 인풋과 피드백 과정이 뒤엉켜서 책 읽기 자체가 일이 되고 말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본문에 표시하고 밑줄치고 내 생각을 적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읽는 책이 ‘내 마음대로 하는 내 책’이어야 가능합니다. 


“그럼 서점에 가면 무슨 책을 고르죠?” 

라고 묻는다면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내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하면 돼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은 따로 있을 거에요. 기왕 돈을 주고 책을 산다면 잘 알려진 유명한 책,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을 읽었으면 하죠. 하지만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내 아이는 그런 책을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이가 읽기 싫은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에게는 괴로움이 됩니다. 책읽기가 괴로움이 되면 아이가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요?


서점에 가면 부모의 적극적인 추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자기가 고른 책을 고집해서 갈등이 생기는 모습을 종종 만납니다. 한 번은 아이가 “내 생활 전부를 엄마 아빠가 결정한 대로 살고 있는데, 책 읽는 것마저 내 선택권이 없단 말이야?” 라고 화를 내며 서점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본 적도 있어요. 가장 원만한 방법은 아이가 읽고 싶다면 만화책이든, 학습만화든, 잡지든 자기가 읽고 싶어 하는 것을 고르게 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고르는 책 모두를 사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pixabay



저와 아이가 서점에 가면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책을 두 권 정도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면 먼저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 열 권 정도를 골라서 오라고 합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 열 권을 가져오면 “이 중에서 지금 가장 읽고 싶은 두 권을 골라라.”고 말하고 아이가 다시 결정하고 선택하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열 권 중에서 또다시 고민을 하는데요, 보통 세 권 정도를 고른 후에 ‘더 이상 뺄 게 없다’고 투덜댑니다. 



@pixabay



이런 방법으로 아이가 책을 직접 고르면 만족도도 높고 구입한 책을 완독 하는 확률도 높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율성을 배웁니다. 아울러 자기가 고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죠. 책을 고르고 나면 저 역시 지인처럼 서점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차를 마시며 구입한 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외식을 하면서 서점에 가면 항상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기억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전집이나 시리즈일 때는 온라인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뒤지기도 하고, 당근마켓에서 검색하기도 합니다. 같은 동에 사는 이웃들을 통해 책나눔을 받기도 하고 교환도 하죠. 중요한 건 아이에게 '내 책'을 안겨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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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굳이 책을 빌리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내가 읽은 책이 한 권 한 권 쌓여가는 경험은 정말 놀랍습니다. 아이는 언제든 ‘내가 지난달에 이렇게 많이 읽었구나’ 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이번 달에 읽을 책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책꽂이에 꽂힌 내 책들은 ‘내가 읽은 책’이기 때문에 제목만 봐도 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한마디로 책꽂이는 아이에게 언제든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지식공간이 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구하기 위해 책방이나 서점을 가고, 구입한 책을 나만의 서재에 넣고 언제든 읽을 수 있다면 아이의 생활 속에 책 읽기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 서점순례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문해력 부족으로 독서논술학원에 보낼 염려일랑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닐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도 만들어주고, 완독했다고 하면 초등 1학년 아이가 받아쓰기로 처음 100점을 받아왔을 때처럼 칭찬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내가 책을 읽으면 엄마 아빠가 정말 좋아한다.’고 느끼고 힘을 얻어서 다음 책 읽기에도 열중할 겁니다. 


어릴 때부터 서점가서 책 사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서점을 찾고 책을 읽게 합니다. 책을 즐겨 읽는 독서인들은 서점을 가면 늘 설렙니다. 제가 아이들을 경제동화로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이라는 장편 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부자 학교의 도서관 이름을 ‘트레져 아일랜드’, 보물섬이라고 지었습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으로 가득한 그곳을 가는 마음은 보물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탐험가의 마음과 같거든요.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 데이트를 할 때 ‘이 사람이 책을 읽는 사람인가, 아닌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애인과의 약속장소를 서점 앞으로 정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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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약속한 대로 ‘서점 앞’에 그대로 서 있을 겁니다. 서점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서점 간판조차 쳐다보지 않죠.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요, ‘책을 사거나 책 읽는 사람을 보기가 불편해서’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이 초라해보여서 그게 싫어서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는 거에요. 


하지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서점에 들어가 책구경을 하고 약속시간이 되면 밖을 나오죠. 책을 한 권 사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시 지인과 서점 앞에서 만날 약속을 하게 되면 꼭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학창시절 자주 경험한 부끄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압니다. 그리고 제 아이는 그런 기억을 갖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기억하세요>>

- 내 아이가 서점에 가서 내 책을 갖게 하세요. 독서 달인이 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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