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를 죽이는가 누군가를 죽이는 이브인가
영국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브 폴라스트리는 킬링 이브에서 시청자가 이입하기 아주 쉬운 캐릭터다. 형사 사건을 맡는 부서에서 일하는 점만 빼면 평범한 직장인 이브는 안정적인 중산층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빌라넬의 등장으로 모조리 말그대로 '죽여'진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여성일 것이라고 추리하면서 빌라넬과 이브는 연결된다. 시즌3까지 온 지금은 그 실이 쇠마냥 질기고 단단해졌지만 이때의 관계는 그저 여성 킬러에 관심있는 이브와 범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시즌1 첫화의 이브는 자신이 그 킬러를 살리기 위해 모험하고 심지어 같이 일하게도 된다는 걸 알았을까? 빌라넬이 그의 평범한 삶을 작살내는 것처럼 이브도 그의 철저한 이성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처음에 빌라넬이 집에 침입해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을 때 죽을동 살동 하며 도망다니고 두려움에 떨었던 이브였지만 빌라넬을 공격할만큼 대범해진다. 빌라넬이 이브를 기다렸을 때 나타나지 않자 자신에게 더이상 아무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울기도 하고 약에 취하기도 한다.
누구든 이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감이 킬링 이브에 이입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기억하는 산드라 오는 헐리웃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한국계 여성이었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아니 미드에서 유일하게 찾았던 동양인이었고 그때는 그냥 나랑 비슷한 사람이 나와서 신기하기만 했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끝까지 보지 않아서 산드라 오가 연기하는 크리스티나 양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그의 부모님을 보고 시상식에서 동양인 최초로 MC를 보는 모습, 킬링이브에서 서툰 한국어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와 친근감이 생겼다. 그는 캐나다 국적이지만 나와 비슷한 외양을 가진 배우가 할리웃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 문화를 소비하고 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에게 그는 한 줄기 빛일 것이다. 킬링이브 극중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조디 코머와 산드라 오는 스무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 이런 관계를 볼 수 있을까? 이모 조카 사이면 몰라도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분명한 스토리라인이다.
오션스8에서 유일한 동양인 배우였던 아콰피나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자매로 연기할 예정이라 하니 그의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킬러 빌라넬에게 끌리는 섬세하면서도 특이한 이브의 연기가 킬링 이브를 지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