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지 않아도 소중한 나

머니 에세이(16) - 완결

by 리치레몬


특별한 사치나 낭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신중한 생각 없이 소비하던 시절이 꽤나 길었다. 소비와 지출을 통해 즉각적인 즐거움을 찾고 얻는 일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돈 쓰는 일이고 그를 통해 얻는 즉흥적인 쾌락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직장인으로 또 아이들 엄마이자 주부로서 하루하루를 쫓기듯이 살면서 마음속 깊은 곳이 허전했던 이유는 미래의 목표가 없어서였다. 그저 오늘을 살기에 너무 바쁘고 허덕이다 보니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 은퇴 후 근근하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체념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처럼 살면, 1년 뒤에도,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서, 나 자신도 좀 더 가다듬고 생활을 정비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와 재테크에 대한 지식은 조금씩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면서 집안 살림은 안정되었고, 매월 또 매년 순자산은 증가하고 있다.



변화는 많은 곳에서 계속되었다. 오랫동안 해 오던 생업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행간을 파악하는 센스가 있으며, 다른 사람과 읽는 이를 배려하는 사려 깊음이 있고, 무엇보다 계속 생산할 수 있는 무수한 콘텐츠가 있다. 한 번에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엉덩이 무겁게 계속하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나 자신이 가장 큰 자산인데 왜 그렇게 두렵고 걱정되는 것이 많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깨달음과 성과는 돈을 벌지 않더라도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숱한 사람들처럼 나 또한 경제력이 있는 딸, 엄마, 아내여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만 있어도 '존재만으로도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위축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나온, 버려야 하는 잡동사니 같은 감정이라는 것도.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이렇게 길고 어려운 길을 돌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저 가만히 있어도 존재의 가치는 그대로이며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이다.



어른이자 부모로서 나와 가족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일은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가치이지만, 설사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또 때로는 실패하거나 쉬어가더라도 삶의 터전을 꾸리고 또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언젠가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전환하게 될 것이다.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길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인생 제2막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나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며, 눈을 감을 때까지 계속되는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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