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이 무엇인가요

머니 에세이(15) - 현실과 소망 사이

by 리치레몬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른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대한민국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에 참 많이도 들었던 질문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나의 장래 희망도 수십 번은 바뀌었다.



얼마 전 아이들이 친정에서 30년 묵은 내 일기장을 찾아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곳에 적혀있는 초등학교(라고 쓰지만 실은 국민학교 ㅋㅋ) 4학년 시절, 당시의 장래 희망은 무려 선생님이었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선생님이 되기를 바랐던 적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지내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



그렇게 여러 번 바뀐 장래 희망 직업들 중에서, 단 하나 비슷한 점은 '글'과 연관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 때는 작가를, 한 때는 기자를, 한 때는 칼럼니스트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뭔가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꿈은 사라졌다.







나는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어른이 되어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을 바랐다. 대학생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적당히 하며 내 앞가림하면서 살았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젊은 날의 시니컬함이 더해져 굳이 이루지 못할 희망은 원하지도 않았다.



좋게 말하면 현실적인 편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되고 싶은 것도, 나만의 특별한 꿈과 희망도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에 특별히 흥미가 없기도 했지만, 세 명의 동생들이 계속 대학에 진학하는 시점이었기에 대학교 졸업 이후 대학원을 가거나 자격증을 위한 공부는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취업이 어려워, 혹은 따로 목표하는 바가 있어 무엇이든 공부를 계속하거나 진학하는 친구들을 보면 약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거니까. 나와는 거리가 먼 딴 세상의 이야기이자 빨리 취업해서 돈 벌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 큰딸 입장에서는 사치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려 '어떤 일인지도 모르면서'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여력이 되어 계속 일할 수 있다면 임원까지 해보는 것으로 막연한 목표를 세웠다. 자라는 내내 '여자라도 평생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던 엄마의 생각이 주입된 까닭도 있겠지만, 내가 직접 번 돈이어야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2021년을 맞은 지금, 20대의 창업이 줄을 잇고 30대에 백만장자가 된 젊은 청년들이 여럿 나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회적 트렌드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나의 옛 목표는 얼마나 작고 근시안적이었는지, 40대가 된 지금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에 나는 왜 고작 월급쟁이의 삶을 꿈꾸었던가. 좀 더 넓게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되지 않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한편 매일 마주치는 현실은 또 어떠한가. 20년간 죽을힘을 다해 매일 한결같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양심상 못 하겠지만, 그간 일하며 살아온 세월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기혼 여성이 아이 둘을 키우며 직업과 가정을 양립해 유지하는 것이 그리 흔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은, 숫자가 심플하게 증명해 준다. 비슷한 연차와 함께 하는 승진 교육이나 직무 수업에 가보면, 20명 중 여자는 나 혼자, 40명 중 여자도 나 혼자인 것이 너무 당연하게 되었다.



어렴풋이 목표한 대로 커리어를 쌓아가며 살아남았다(?)는 것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때 세웠던 목표를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가끔은 스스로를 토닥여도 되지 않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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