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에세이(14) - 아찔했던 소비 생활을 돌아보며
대학생 때부터 과외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해결하며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을 했다고 여겨왔다. 이때부터 나는 계속 돈을 벌었으며, 아이 둘을 낳고도 여러 이유로 일을 놓을 수 없어 어떻게든 직장에 다녔다.
검소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돈을 아껴 쓰는 편이었기에 무절제하거나 대책 없는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직장인이 되고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했지만 무이자 할부도, 카드 대출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다음 달에 받을 월급으로 카드 값을 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내가 번 돈을 내가 알아서 쓰는 일은 뿌듯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문제는 '돈을 벌고 쓰는 즐거움'은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반만 어른이 된 나는 '돈을 모으는 즐거움'은 알지 못했고,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었다.
모으기보다 쓰기에 집중했던 십몇 년,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아이들이 어릴 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다고 유기농 식품 매장을 즐겨 이용했다. (유기농 제품을 쓰는 것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소비겠지만, 비용적인 측면만 고려해서 언급하자면) 나중에 보니 굳이 없어도 됐을, 부피가 크고 자리를 차지하는 육아용품과 아이들 책을 새롭게 집에 들였다.
주말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가서 먹거리나 잡화 등 가격표만 봤을 때 그리 비싸지 않은 품목들이 눈에 들어오면 큰 고민 없이 샀다. 해외여행은 1-2년에 한 번씩은 갈 수 있도록 꼬박꼬박 챙겼고, 국내 여행도 시간이 나면 일 년에 몇 번씩 갔다.
이런 일상적인 지출이 그리 럭셔리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결합되고 누적되어 통장의 잔고를 꾸준히 낮춰주는 역할을 했던 셈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미혼 시절부터 일 년에 한 두 개씩 사던 명품 가방도 간간이 즐겁게 장만했다. (가방에 대한 개인적인 히스토리는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풍부하고 다양하지만 ㅎㅎㅎ; 여기서는 짧게 줄인다.)
한 때는 아웃렛 쇼핑과 해외 직구에 완전 홀릭이었다. 내 옷과 신발도, 아이들 옷도, 보고 있자면 눈이 핑핑 돌아가는 아름답고 단아한 북유럽 그릇들도,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몇 배가 저렴했으니 안 사면 손해,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길 일이었다.
오래 직장 생활하며 입맛만 고급이 되어서 미식 활동도 즐겼다. 이 세상 모든 음식이 궁금하고 맛보고 싶었다. 핫한 레스토랑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트렌드를 알고 싶고, 가보고 싶었다. 친구들과 미식계를 만들어서 가끔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에 가기도 했다.
비싸지는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와인을 골라서 주말에는 종종 남편과 와인잔을 기울였다.
맞벌이하는데 뭐,
매일 힘들게 일하니까,
이런 재미로 돈을 버는 거니까,
소소한 지름은 생활의 활력소니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니까,
......
나에게는 돈을 쓰는 그럴듯한 이유가 여러 개 있었다. 빚을 지면서 소비한 것은 아니었기에 - 은행과의 공동 장만이 필요한 집은 물론 제외, 그리고 앞서 적은 대로 신용카드는 분명 빚이다! - 내 자산과 처지에 사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합리적으로 소비를 즐긴다는 착각을 했던 셈이다.
엄청난 낭비를 하거나 빚을 지지는 않았지만, 버는 족족 썼기 때문에 돈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수입보다는 지출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절약과 투자 생활을 결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365일 중 하루도 빠짐없이 돈을 쓰고 있었으며, 한 번도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아낄까 혹은 안 쓸까를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모으지는 않고 쓰기만 하려고 돈을 벌었는데,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며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는데,
돈이 모여 있었을 리가 없었다.
내 네이버 블로그 '리치레몬의 모든 노트' 중 [재테크] 카테고리에 이후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40년 동안 눈 뜨고 멀쩡히 살면서 '나만'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덜 쓸까, 아껴볼까를 고심하면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To be cotinued...
https://brunch.co.kr/@richlemon/29
https://blog.naver.com/angelm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