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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Jul 23. 2021

캐롯시장의 이상한 사람들(4)

동네 중고 거래의 단상


캐롯시장의 이상한 사람들(3)

https://brunch.co.kr/@richlemon/51



며칠 간격으로 캐롯시장에서 일어난 일로, 잊고 있던 '티셔츠 짜깁기' 사건에서의 불편한 감정이 떠올랐다. 이미 지난 일이고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그 사람이 요청하는 대로 그냥 비용을 보낼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무료 나눔을 하려다 기분이 상한 일도 돌아보게 되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기분 나쁠 수 있어서 뭐든지 공짜로 주지 말고 단돈 천 원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그래야 사는 사람도 꼭 필요할 경우에 최소 비용을 지출해서 물건을 산다고 예전에 지인이 농반진반으로 했던 얘기가 기억났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하다가 그렇게 마음을 쓸 정도로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나, 이렇게 신경 쓰이고 기분 상하면서 감정 소모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그 가운데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또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나 보다.



나 또한 보편적인 의미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되 한편으로 또 특이한 면을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무던해 보이나 알고 보면 내심 싫어하거나 꺼리는 것이 많은, 제법 까다로운 사람이다. 무엇이든 나만의 잣대가 엄격하고, 그러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남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스로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으며, 가끔은 자신만의 영역으로 폭주하려는(?) 나에게 적절히 제동을 걸어주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남들을 평가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자.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소중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스스로 달라지는 것도 어려운데 남의 행동을 바꾸려 할 필요 없다.

......



평소 생각하는 생활의 가치와 방식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캐롯시장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여기며 그냥 넘기자. 길거리에서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딱 일초만 놀라고 황당해하자.



직장도 다녀야 하고, 집안 살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봐야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고, 틈틈이 좋아하는 책들을 읽어야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고, 나는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사람이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복잡한 한편 매우 단순한 사람이 맞는 것이다.



https://brunch.co.kr/@richlemon/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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