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하라리 넥서스 #AI 알고리즘 #자본주의 신용 #확률적 사고
오늘은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으며 드는 생각에서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요즘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초기 인류의 정보에 대한 관점부터 21세기 AI의 학습과 추론까지 정보의 종류와 형태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만, 중요성은 복리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중심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 기술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넥서스>에서는 AI의 힘이 커짐에 따라 AI가 개인의 정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 추론을 통해 개인을 평가하는 사회에 대해 다룹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40대 남자 김씨는 은행에서 1억을 대출받으려고 합니다. 1억을 대출받아 역세권 상가에 카페를 차려 자영업을 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은행은 김씨의 기존 소득, 담보, 신용 점수를 기반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금리 등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런데, 김씨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정보, 생활정보, 직장정보 등을 머신 러닝한 AI가 사회신용시스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확률적 추론을 기반으로 김씨의 대출 가부, 대출 금액 등을 판단 내릴 것입니다. 그런데, AI 알고리즘의 판단은 정확할까요? 인간에 비해 몇 십배~몇 만배의 데이터를 추론하여 확률적으로 결정한 AI의 판단을 인간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같은 시간에 몇 가지 데이터만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는 김씨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이전 대출 신용, 직장 시절 근무 평가, 이혼 여부 등등 Al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 추론하기에 AI 판단의 근거를 인간이 검토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편향에 의해 사후 검토가 정확하다고 보장할 수도 없죠.)
AI가 사회신용시스템을 지배한다면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인간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AI가 빼앗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사적으로 사회의 의사결정권은 언제나 불편한 누군가 (*혹은 집단)이 갖고 있었습니다. 선사 시대에는 무리의 힘 쎈 리더, 부족 국가 시절에는 각 부의 부족장, 중세 시대에는 카톨릭 교황과 황제,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독재자, 그리고 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과학 기술과 시장 경제가 발달한 특정 국가 혹은 특정 빅테크 기업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의사결정권 혹은 사회신용시스템을 지배한 리더는 정의로운 의사결정 못지 않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왔습니다.
AI시대에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AI와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집단으로 결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쯤에서 투자자로서 사회신용시스템을 투자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겠습니다.
요즘 투자의 화두는 미국 빅테크 기업 투자, 비트 코인 상승, 서울 집값 상승 정도 일 것입니다.
(*사실은 계속 화두였죠.)
위의 자산들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올랐기에 경제지와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산들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왜 올랐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산의 가치(혹은 가격)이 미래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에 기반합니다. 믿음은 자본주의에서 '신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주식이 왜 상승했을까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통해 자본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받고, 조달 자본을 전기차, 로봇, 우주 등에 투자해 미래에 기업 가치, 현금 흐름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에 기반합니다.
같은 논리 구조는 비트 코인, 부동산에도 적용되겠지요. 지금 내가 투자한 코인, 부동산 지분이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신용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투자가 쉬운 것 같지만, 투자가 간단하다는 명제와 투자가 쉽다는 사실은 엄연히 다릅니다. 미래에 특정 자산에 대한 구성원들의 믿음(자산 가치 상승, 현금 흐름 증가)이 강화될 지는 불확실합니다. 위에서 말한 자산 중에 장기적으로 가치가 오르는 자산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투자자들의 신용이 깨져 와르르 무너지거나 정체되는 자산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AI 기반 사회신용시스템과 자본 시장의 투자자 신용은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연결고리는 '확률적 사고' 입니다. AI 사회신용시스템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을 판단합니다. 투자자는 자본 시장에서 특정 자산의 미래 가치를 지속 가능 경쟁 우위, 경영진, 가격 등으로 판단합니다.
AI나 투자자나 미래의 신용이 지켜질지는 100%로 알 수 없기에 주어진 데이터를 갖고 독립적 사고(알고리즘)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99% 정확도라고 1%의 오류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은 인간 투자자는 정확도가 50%가 안될 수도 있겠죠...)
사회신용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 할아버지가 막대한 현금을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단기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추가 수익률을 포기할지라도 틀릴 확률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AI 사회신용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고도화 될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자본 시장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 때 '확률적 사고'를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AI는 틀릴 가능성이 있기에 정부 등 규제 기관의 조정 기능은 앞으로도 중요한 대안 장치일 것입니다. 투자자는 더욱 틀릴 가능성이 높기에 버핏 할아버지처럼 현금 보유 등 대응 수단을 마련하고 있어야 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자본 시장 투자자를 생각하며 <넥서스>를 쓴 것이 아닐텐데, 저는 결국 또 투자와 정보의 역사서를 연관지었네요. 양질의 책을 읽고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태도는 부족한 저의 '생각의 힘'을 복리로 높여줄 것입니다.
시간 되실 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넥서스>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수 만년의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큰 힘이 되는 책들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 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